檢 열심히한 결과물이라지만
기록검토 어려워 방어권 제약
재판 공전시키는 경우도 많아
검찰이 기소한 사건 기록의 분량이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10만 쪽을 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20만 쪽에 달해 그 무게가 1t에 달하는 사건도 있다. 트럭으로 운반해야 할 정도로 방대한 양의 수사 기록을 만들어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를 법조계에선 ‘트럭 기소’라고 부른다.
‘트럭 기소’는 검사가 열심히 수사한 결과물인데, 왜 문제 삼느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사법 현실에서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제약하고,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사법 불신을 조장하는 등 폐해가 크다.
피고인이 재판과정에서 유·무죄를 다투기 위해서는 재판 기일 전까지 증거 기록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트럭 기소’ 사건은 기록을 열람하고 복사하는 데만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제때 기록을 복사하거나 검토하지 못해 기일을 연기하거나 재판이 공전(空轉)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한두 명의 변호사만으로 ‘트럭 기소 사건’을 변론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어느 판사 출신 변호사가 고위직 공무원으로 있던 가까운 지인이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면서 변론을 맡아달라고 부탁받았는데, 한두 명 고용 변호사의 도움으로 법률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어 다른 업무를 중단하지 않는 한 수십만 쪽의 기록을 검토하는 것조차 불가능해 부득불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서초동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국회는 작년 ‘형사사법 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2024년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위 법률은 기록을 열람, 복사하는데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을 뿐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수만 또는 수십만 쪽에 이르는 기록을 검토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 작성 조서의 증거능력이 제한됐다. 그렇지만 아직도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장시간에 걸쳐 조사가 이뤄지고, 조사 결과 수백 쪽에 이르는 조서가 생산되며, 조사 시간의 상당 부분을 조서를 만들고 그 조서를 열람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그것도 하루에 끝나지 않고 여러 차례 반복하는 경우도 많다. 조사받는 사람들은 너무 힘들고 불편하다.
필자가 특수부 평검사 시절 기록을 너무 두껍게 만들었다고 차장검사께서 지적하시면서 "증거능력과 가치가 없는 자료들을 함부로 기록에 넣어서는 안 된다. 조서도 간명하게, 기록도 compact 하게 만드는 검사가 수사 잘하는 검사다."라고 말씀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필자는 그렇게 배웠고 그게 특수부의 전통이었다.
‘트럭 기소’는 글로벌 스탠다드와 맞지 않는 너무 후진적인 모습이고, 신속하게 재판받을 국민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할 소지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사법제도 정비」의 적임자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다. 또한 법무부와 대검의 지휘부와 일선 지검장들이 최고의 수사통들로 구성됐다. 부패 척결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하면서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수사 방식을 정립해나갈 역량이 충분한 분들이다. 조사받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검찰의 멋진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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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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