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횡령 막으려면, 금전적 제재 강화해야"
[아시아경제 이은주 기자] 금융권의 횡령사고 등이 잇따라 터져나오는 가운데 내부통제 실효성 높이기 위해서 금전적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사고 발생시 강력한 인적 제재가 가해지는 데 비해, 금융기관 등에 금전적인 과태료가 부과되는 수준은 낮아 금융사가 내부통제를 구축할 실효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지난 31일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 현황 및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내부통제 소홀로 잃는 금전적 손해가 내부통제 역량 강화에 투자하는 인적, 물적 규모보다 커야 한다”며 “금융사가 내부통제를 소홀히 마련할 경우, 사전에 정한 통제 소홀 범위에 따라 상당한 금전 제재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내부통제란 회사의 모든 구성원들이 준수해야 하는 내부 절차를 통칭한다. 기업이 구성원의 일탈, 도덕적 해이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셀프 감시, 감독’하기 위해 사전에 마련해둔 규정과 절차다. 이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는 강력한 내부통제를 촉진하기 위한 유인책이 미국, 영국에 비해 부족하다고 봤다. 특히 내부통제 소홀로 발생하는 사고들에 대한 금융기관 대상 금전 제재 수준이 빈약하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우리나라 지배구조법은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내부통제 소홀로 보지 않는 경향이 큰 데다가, 내부통제 소홀로 판단될 경우에도 금전제재는 과태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내부통제 역량 강화에 큰 비용을 할애할 유인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될 경우, 금융사 대상으로는 1억원 이상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영국은 내부통제를 소홀하게 마련하거나 운영한 금융기관에 강력한 민사 제재금을 부과해,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의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연구원은 은행권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고 수장(CEO)에 대한 해임요구나 직무정지 조치 등 강력한 제재가 쏠리는 우리나라 특유의 상황은 개선해야 한다고 봤다. 자율규범적 속성을 가진 내부통제를 소홀히 마련했다는 이유로 CEO 제재나 해고 등 엄격한 외부통제를 하면, 금융사로서는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 위해 모험투자와 위험자산의 중개 기능을 축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경우 최고수장에 대한 징계 쏠림보다는, 위법행위에 대한 감독소홀이나 지배자 범위 등을 사전에 명시해서 중간감독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텀블러에 담아 입 대고 마셨는데…24시간 지난 후...
이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금융기관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상위 감독자로서 CEO에 대한 제재에만 초점을 맞추기 보다, 최종감독자나 중간감독자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그는 “금융사가 합리적인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해왔다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오히려 금융사의 제재를 경감시켜주는 접근방식도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며 “사전에 합리적으로 내부통제를 구축하고 운영한 것으로 판단되면 제재를 경감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금융사는 적극적으로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인적, 물적 투자를 수행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