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슬의 슬기로운 씨네리뷰]

'어나더 레코드' 이제훈 편
늘 도전하며 최선 다하는 삶
꿈꾸는 순간 가장 행복한 배우
굴레를 벗어나 다만 갈망한다

'어나더 레코드: 이제훈' 스틸/사진=시즌

'어나더 레코드: 이제훈' 스틸/사진=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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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사실, 저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어요."


배우 이제훈(38)이 분장실에서 캠코더를 들고 거울을 바라본다. 활짝 웃는 모습 뒤로 어지럽게 화장도구가 눈에 들어온다. 공(公)과 사(私)의 경계이자 가장 익숙한 공간인 분장실에서 자신의 민낯을 기록한다.

흐트러짐 없이,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걸음걸음, 복잡한 구조물 사이로 공허와 적막이 가득한 세트장, "레디 액션" 소리에 거침없이 물속으로 질주하는 배우의 모습이 연이어 펼쳐진다. 눈부시게 푸른 하늘, 노을 진 허공에 힘없이 나부끼는 비눗방울, 시리게 떠오른 태양, 손바닥에 고이 놓인 소중한 네잎클로버가 배우의 외로운 삶을 상징한다.


이제훈은 고백한다. "서른 후반에 이르는 동안 매일 거울을 보면서 저를 확인하고 오늘의 상태를 파악하면서 살아왔는데, 저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어요."

흐트러짐 없고 밝은 배우, 막중한 책임감으로 자신의 몫을 온전히 해내는 배우 이제훈이 아닌 인간 이제훈은 어떤 모습인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배우조차 궁금하다는 그의 진짜 얼굴을 윤단비 감독이 더듬어간다.


사실 이제훈은 예능프로그램과 친한 배우는 아니다. 사적인 소통을 지양하고 배우로서 원칙주의, 완벽주의에 가까운 행보를 보여왔다. 그는 고백한다. "생각만 하지 무언가를 실행에 옮기는 걸 잘하지 못한다"고. 그는 또 말한다. "작품에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어떤 것이든 해낼 수 있다"고.


이처럼 '어나더 레코드'는 작품을 통해 인간적인 얼굴을 드러내는 이제훈의 도전이자, 또 다른 차원의 성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슬씨네] 이제훈, 꿈꾸는 순간이 모여 기적이 된다 원본보기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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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이제훈이 배우로 태동하던, 꿈의 출발점으로 향한다. 그가 1년여간 재학한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박정민을 만난다. 박정민은 출세작 '파수꾼'(2011)에서 이제훈과 호흡을 맞춘 오랜 동료다. 이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 중인 윤성현 감독과 영상통화를 통해 데뷔작의 15주년, 20주년을 기약하며 우정을 다진다.


이제훈은 단편 데뷔작 '진실, 리트머스'(2006)를 연출한 양경모 감독, 김유경 프로듀서와 함께 설립한 제작사 하드컷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자신의 첫 영화를 다시 본다. 두려움 없이 간절하게, 용기 넘치던 초심을 떠올리며 남다른 감회를 나눈다. 동료 배우인 이동휘와 티타임을 가지며 꿈꾸는 연기 비전도 공유한다.


이제훈은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꿈꾸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며 눈을 반짝인다. "쉬는 동안 멋있는 작품이나 역할을 보면 '나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며 내일을 꿈꾼다.


"촬영장에서 연기하는 내 모습을 보면 칭찬도 하는데, 스스로 못한다고 욕할 때도 많아요. 채워지지 못한 부분을 채우려고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불확실하지만 난제들을 하나하나 깨뜨리면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이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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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이루지 못한 꿈을 상상을 통해 이뤄본다고 했지만, '상상'이라는 단어는 '진심'으로 치환된다. 간절하게 꿈을 꾸던 수많은 순간이 모여 지금의 배우 이제훈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이라는 상상을 통해, 역설적으로 '인간' 이제훈의 삶에 연기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비춘다.


이제훈의 지인들은 그에 대해 각기 다른 인상을 나열했다. 혹자는 착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배우로서 모습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어나더 레코드'를 본 시청자는 안다. 이 모든 얼굴이 배우이자 '인간 이제훈' 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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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연기하고 싶다는 이제훈의 꿈이, 결심이 프레임을 가득 채운 '어나더 레코드'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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