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재판서 페이스북 직접 접속해
댓글에 표시된 이모티콘 두고
진 검사-검찰 공방 오고가
"정치적 표현 자유 행사 본질적 침해"
과잉금지원칙, 명확성 원칙도 어겼다고 주장

지난 19일 공직선거법,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진혜원 검사(47·사법연수원 34기)에 대한 재판에서 페이스북 댓글에 표시한 이모티콘에 대한 공방이 오고 갔다./사진=진혜원 검사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19일 공직선거법,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진혜원 검사(47·사법연수원 34기)에 대한 재판에서 페이스북 댓글에 표시한 이모티콘에 대한 공방이 오고 갔다./사진=진혜원 검사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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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손가락을 치켜 들며) 이게 ‘좋아요’ 맞죠? 하트는 하트고 그다음엔 ‘웃겨요’, ‘놀라워요’이고 ‘슬퍼요’, 이건 ‘화나요’이고" (판사)
"검사님 여름에 모기가 많다는 내용에도 (‘웃겨요’ 표시를) 한 거잖아요.
그러면 이건 낙선운동 아닌가요?" (진혜원 검사)
"당선운동이 될 수도 있죠" (검사)

지난 19일 서울서부지법 303호 재판장에서 한 검사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두고 피고인 측과 검찰의 공방이 오고 갔다. 지난해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서울시장 등 당시 야권후보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비방한 혐의로 기소된 진혜원 검사(47·사법연수원 34기)의 이야기다.


진 검사는 이날 재판에서 페이스북에 직접 접속해 자신이 올린 게시글을 보여주며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 7일 진 검사는 페이스북에 ‘수직정원’이라는 제목으로 석파정 서울미술관 등의 사진을 첨부해 게시글을 올렸다. 검찰은 해당 글에 달린 댓글에 진 검사가 ‘웃겨요’ 표시를 했으며 이는 호감을 표현한 것으로 진 검사가 박영선 당시 서울시장 후보가 내건 수직정원 공약을 지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화나요’, ‘슬퍼요’를 빼고 나머지 표시는 호감표현으로 봐야한다"라고 주장했다.

진 검사 측은 "(페이스북상 이모티콘 리액션은) 쓰는 사람 따라 의미가 다 다를 수 있다"라며 "‘웃겨요’, ‘힘내요’는 비동의 표시로도 볼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또 박 후보 공약에 부정적인 내용의 댓글에도 ‘웃겨요’를 눌렀다며 "한 댓글에 '수직 정원 단점이 벌레가 많이 생긴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공약에 부정적인 내용이고 여기에 ‘웃겨요’를 표시했으니 오히려 (박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을 한 것 아니냐"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공방이 오고 간 후 진 검사 측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에 대해 모두 동의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증인을 신청해 진 검사의 혐의를 입증하려 했고 진 검사 측은 "(증인을 불러 신문하는 것이) 애초 입증 취지가 아닌 의견 진술에 머무를 것이기 때문에 가치가 없다"라며 자신들도 진 검사가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제시할 증인을 부르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선거법·공무원법 위헌" 진혜원…법정서 '이모티콘 시연' 원본보기 아이콘

앞서 진 검사 측은 페이스북 이모티콘 리액션에 대한 정치적 표현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만든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이 위헌이라며 지난 11일 서울서부지법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했다. 본지가 입수한 진 검사 측 제청 신청서를 살펴보면 진 검사는 국가공무원법에 규정된 사람이 선거운동을 할 수 없음에도 선거운동을 했을 때 처벌 받는 ‘부정선거운동죄’와 공무원이 정치운동을 하면 처벌받는 ‘정치운동죄’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진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게시한 행위가 ‘선거운동’이 아니며 기본권 중 하나인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행사했다고 했다. 이어 해당 법률들이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있으며 과잉금지원칙 및 명확성의 원칙도 어겼다고 했다. 진 검사 측은 해당 법률들을 ▲공무원 지위를 이용하지 않고 직무와 관련 없는 표현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정보를 게시하는 방법으로 정책, 후보자 자질 등에 대한 의견 개진 ▲단독으로 한 표현 ▲SNS를 이용한 상호교류 표현 ▲감정 표현 행위 등에 적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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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검사 측 변호인은 "(페이스북 게시글) 본문에 대해 ‘좋아요’ 표시한 것을 기소한 경우는 있어도 댓글에 대한 리액션을 기소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처음"이라고 말했다. 진 검사는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에 대해 "해당 규정들이 너무 엉망이기에 위헌법률심판이 기각 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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