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 논란, 어디를 향해야 하나
경찰대 특혜 논란…개혁 및 폐지 가능성 언급
정치 논리 떠나 경찰대에 긍정적이었던 사람들
경찰대 논란보다…업무 과중 등 산적한 문제 해결해야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경찰대학교 폐지론이 최근 들어 갑자기 점화됐다. 시작은 일선 경찰관들의 반발이었다. 지난달 23일 총경들은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경찰국을 반대하기 위한 전국경찰서장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의 핵심 인물은 류삼영 총경이었다.
행정안전부(행안부) 산하의 경찰국에 몰렸던 시선은 류삼영 총경이 경찰대 4기 출신이라는 사실과 함께 경찰대로 쏠렸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일선 경찰관들의 움직임을 '쿠데타'로 비교한 데 이어 경찰대 개혁과 공정을 언급했다. 지난달 26일 이 장관은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만으로 7급으로 자동 보임된다는 것은 요즘 말하는 불공정의 시작이다"고 말한 데 이어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도 "경찰대 출신 3%가 14만 경찰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이번 기회에 지적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대를 배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경찰국 직원 16명 가운데 12명을 비경찰대로 채우면서 경찰대 폐지 가능성까지도 언급되고 있다.
엘리트 경찰 양성 위해 탄생한 경찰대…수사 전문화 교육은 지지부진
경찰대는 엘리트 경찰에 대한 수요와 함께 탄생했다. 현재의 행안부 역할을 했던 1972년 박정희 정권 내무부의 '70년대 대한민국 경찰의 방향'에 따르면 당시 정권은 식민지 경찰, 정치 경찰 등 경찰의 부정적 이미지 탈피와 범죄양상 지능화 등 치안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경찰을 원했다. 1979년 11월 정기국회를 통과한 '경찰대학설치법안'에서도 경찰대의 설립 취지를 '국가치안부문에 종사할 경찰간부가 될 자에게 학습을 연마하고 심신을 단련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게 경찰대는 1981년 3월9일 개교했다.
엘리트 교육엔 장점만 혹은 단점만 있는 게 아니다. 장점은 특수한 능력을 가진 인력들에 국가의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전문성을 효율적인 방식으로 극대화할 수 있다. 반대로 엘리트들의 폐쇄성, 또는 순혈주의로 이어지기 십상인 게 대표적인 단점이다. 지금 정부 인사들이 경찰대에 쏟아내고 있는 비판들도 이 맥락 속에 있다. 하지만 엘리트 교육을 선택한다면 필연적으로 생기는 부작용이기도 하다.
지금의 경찰대는 단점을 떠나서 엘리트 교육의 장점이라도 극대화하고 있을까? 이상원 전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진은 '경찰대학의 발전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을 통해 "수사 전문교육 강화를 위해 수사심리론, 성폭력범죄 수사론 등 선택 이수과정을 개설 및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필수이수과목 학점 비중을 낮추는 등 수강과목 자율선택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4차산업혁명 등 과학기술 발달로 인한 범죄의 고도화 때문에 수사의 전문화는 특히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경찰대에서 이수해야 할 심화전공학점은 12학점으로 졸업 학점(140학점)에서 약 10% 수준에 불과하다. 아울러 전공과목에선 여전히 법학과 행정학 등이 다수 차지했다.
정치논리에 휩싸인 경찰대 폐지·개혁 문제…정말 중요한 문제들은 가려졌다
그렇다면 경찰대를 무작정 폐지하는 게 맞을까? 경찰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꾸준히 부정적이었지만 사실 경찰대만큼은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경찰대 개혁 세부자료의 '경찰대학에 대한 국민 인식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경찰대 폐지론에 반대한 일반국민은 응답자 중 74%에 달했다. 2012년에도 75.4%가 경찰대 폐지를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경찰대 폐지 문제가 정치 논리에 휩싸이기 전만 해도 경찰대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현재의 경찰 인력 시스템이 치안에 있어 성과를 내곤 있기 때문이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 중 73.4%는 경찰대가 경찰전문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70.1%는 경찰 발전에도 경찰대가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결국 이 문제는 '공정'이란 가치를 입맛대로 해석하고 악용한 정치권에 책임이 있다. 엘리트 교육에 대한 건설적인 방안을 논의해야 할 정치권은 단순히 경찰대 폐지 찬성, 특혜 철폐 또는 경찰대 존속만을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엘리트 교육에 비교적 옹호하는 입장이었던 보수정권은 경찰대만큼은 공정이란 가치에 위배된다며 경찰대 출신 경찰의 힘 빼기에 골몰하는 중이다. 반대로 엘리트 교육에 부정적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지금 경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에서 경찰대 폐지를 공약 했었는데 말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경찰대 개혁을 언급한 이 장관에 대해 "더 전문성 있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경찰은 경찰대에서 양성했는데 그분들을 특권층으로 매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깊은 고민이 필요한 다른 문제 역시 단순하게 다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치안사무 등은 경찰청 소관으로 한다는 정부조직법을 개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을 통해 경찰국이 만들어졌지만 이 문제는 경찰대 폐지론에 가려졌다. 현 정부뿐만 아니라 차기 정부, 차차기 정부도 여소야대를 맞닥뜨렸을 때 똑같은 꼼수를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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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에 따른 수사 능력 고도화, 경찰 인력 충원 등 문제도 언급되지만 이 역시 단순하게 다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수사권 조정 이후 지난해 1~10월 기준 수사관 1인당 맡고 있는 사건은 17.9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9.3% 늘어나는 등 일선 경찰관의 업무 과중 문제는 불거지지도 않고 있다. 경찰관들의 업무 과중 문제는 치안 서비스나 범죄 수사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데 말이다. 경찰국과 경찰대 등 현재 돌아가는 문제에 대해 한 일선 경찰관에게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당장 현장 경찰관들은 일하느라 바빠 죽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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