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함이 영원히 펼쳐지는 시간으로 초대합니다
금호미술관 사진작가 한성필·임준영 초대전
재현·환영통해 가상과 실제 넘나들며 인간과 지구환경 주제 폭넓게 다뤄
도시 속 사람들의 역동적 모습, 물줄기로 표현해 시원한 감각 선사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우리가 보고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폭염과 비소식으로 무더운 여름날의 더위를 달랠 고요하고 서늘한 사진들이 관객을 맞는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호미술관은 5일부터 10월 23일까지 사진작가 한성필 초대전 '표면의 이면 Inverted Surfaces'을 개최한다.
작가는 재현과 환영을 통해 자연과 인간, 문명과 지구환경에 이르는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세계 여러 도시에서 건축물 복원 현장 앞에 프린트 된 임시 가림막을 설치하고 촬영해 가상과 실제의 경계를 드러낸 '파사드' 연작은 우리가 보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관객에게 던진다.
작가는 과거 영국 런던에서 복원 공사 중이던 세인트 폴 대성당 앞에 성당의 기초 디자인이 그려진 대형 가림막이 세워져 있는 모습을 보고 이미지의 재현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했다고 설명한다. 이를 계기로 작가는 세계 곳곳을 다니며 파사드와 건물의 벽화인 ‘트롱프뢰유(Trompe-l’oeil)’를 카메라에 담는다. 사진 속 가림막의 이미지는 언뜻 실제 건물의 모습처럼 보인다. 자연광과 가로등의 빛이 섞여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새벽의 하늘색은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이렇듯 상반되는 두 요소가 한 화면에 혼재해 나타나면서 개념과 개념 사이 경계를 묘하게 흐리고,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실제(實際)가 실재(實在)인지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북극해와 캐나다 로키 산맥을 촬영한 'Polar Heir' 연작은 시원하고 광활한 대자연의 풍경을 통해 경외심을 자아내지만, 한편으론 과잉개발로 빠르게 녹아내리는 빙하의 모습을 통한 기후 문제를 적나라하게 담고 있다. 작가는 수년 간의 리서치 진행한 후 카메라를 들고 극지방을 여행하며 빠르게 녹아 내리는 빙하와 과거 산업 지역 등을 다양하게 렌즈에 담았다.
전시 공간을 압도하는 대형 사진 작업들은 태고의 모습을 지닌 자연의 초월적인 모습인 동시에 수 세기 동안 이루어진 자원 개발의 역사와 자연 개척의 흔적을 여실히 보여준다. 작가는 대자연의 숭고함과 그 이면에 존재하는 환경 문제의 현실을 한 장면에 포착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인류가 지구환경에 미친 영향을 사유하도록 이끈다.
함께 진행되는 사진작가 임준영 초대전 '그 너머에, 늘 Steps to Nature'은 거대 도시 속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역동적인 물줄기로 표현해 시원한 감각을 선사한다.
작가는 어느 날 뉴욕 도심에서 퇴근시간 일제히 거리로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파이프에서 쏟아지는 물처럼 보였다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인상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뉴욕, 서울과 같은 대도시 풍경을 먼저 촬영한 뒤 물줄기를 세밀하게 보정해 합성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이렇게 완성된 'Like Water' 연작은 거대 도시를 움직이는 인간의 생명력을 기하학적 건물들과 유기체적인 물의 조화를 통해 역동적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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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Museum Project' 연작은 뉴욕 자연사 박물관 내부를 촬영한 작업으로 유리창 너머 대상화된 자연을 응시하는 사람들을 화면에 담아 감상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실제 자연보다 더 실제처럼 만들어진 표본이지만, 이내 얼룩진 유리창으로 뿌옇게 눈이 흐려진 사슴의 표본과 질서정연한 풍경들은 이내 눈 앞의 풍경이 픽션임을 일깨운다. 입체적으로 배치된 작품들을 통해 관객은 작품 사이를 거닐며 도시 속 유사 자연을 감상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만들어진 자연 속을 담은 작가의 작품들 사이로 관객은 그 인공적 풍경의 일부가 된다. 전시는 10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호미술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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