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사임으로 연정 끝내 붕괴
伊 사상 초유의 9월 조기 총선
내년도 예산안 등 차질 불가피
우파 3당 연합 과반지지 얻을 듯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오른쪽)이 21일(현지시간) 로마 퀴리날레궁에서 사임서를 제출한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의회 해산 법령에 서명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오른쪽)이 21일(현지시간) 로마 퀴리날레궁에서 사임서를 제출한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의회 해산 법령에 서명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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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21일(현지시간) 사임하며 이탈리아의 연정 내각이 결국 붕괴됐다. 이탈리아의 정치적 불안이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흐름과 결합되면 대형 악재가 한꺼번에 몰아치는 ‘퍼펙트 스톰’급 충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이탈리아가 9월25일 조기 총선을 실시할 예정이며, 현재 여론조사에서는 중도 우파 연합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드라기 총리가 사임한 이날 공식적으로 의회 해산과 함께 조기 총선 실시를 선언했다.

드라기 총리는 이날 오전 하원에 출석해 사의를 밝혔으며,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면서도 국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당분간 직책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했다. 2018년 3월 총선을 통해 구성된 현 의회의 원래 임기는 내년 상반기까지였다.


이탈리아에서 가을 총선이 실시되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에 따라 가을에 예정된 내년도 예산안 수립 등 행정·입법 절차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상황은 우파 정당에 유리해 보인다. 극우당 동맹(Lega)·이탈리아형제들(FdI)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 등 우파 3당이 연합하면 과반 의석 확보가 가능하다.


여론도 우파 정당으로 확연히 기울었다. 드라기의 사임 발표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탈리아형제들은 23.2%의 지지율을 얻으며 우파 연합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22.2%로 뒤를 이었다. 극우당인 리그당은 15.1%, 오성운동(M5S)은 11.3%, 전진이탈리아는 8.1%로 조사됐다. 우파연합이 과반을 차지할 경우 현재 정당 지지율 1위인 이탈리아형제들의 당수 조르자 멜로니 하원의원이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드라기 총리는 자신이 이끄는 거국 내각의 중심축인 오성운동이 지난 14일 내각이 제안한 민생지원법안의 상원 표결에 불참하자 전격적으로 사임서를 냈다. 마타렐라 대통령이 의회 신임안 표결을 제안했지만, 주요 정당이 이를 보이콧하며 드라기 총리는 결국 1년6개월만에 자리를 내려놓게 됐다.


ECB 11년만에 만장일치 금리인상
伊 GDP 대비 부채 150% 위기
일각선 차기내각 EU 탈퇴 우려도
JP모건 "포퓰리스트 쿠테타"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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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기 내각의 붕괴로 유럽연합(EU)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출신인 드라기 총리는 작년 2월 당시 주세페 콘테 총리(현 오성운동 당수)가 이끌던 연정이 붕괴하자 마타렐라 대통령에 의해 낙점되며 정치·경제 위기를 타개할 ‘소방수’로 유럽사회의 기대를 모았었다. 게다가 이탈리아 경제는 EU 내에서 세번째로 큰 규모다. 내부적으로는 드라기 총리가 이끈 2000억 유로의 EU 원조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개혁안에 동의를 구하기 어려워졌다.


이날 사임 발표는 ECB의 ‘빅스텝(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 이후 나왔다는 점도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150%에 달하는 이탈리아가 부채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3.7%까지 상승했으며 독일 국채와의 금리격차(스프레드)도 2.41%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이날 이탈리아 FTSE MIB 지수는 장 중 한때 2% 넘는 급락세를 보이다 마지막에 힘을 받아 0.7%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탈리아의 정치적 불안이 최근의 스태그플레이션 흐름과 결합되면 경제 악재가 동시다발적 출현하는 초대형 복합위기, 이른바 ‘퍼펙트 스톰’으로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투자은행 에버코어의 정책·중앙은행 전략 책임자 크리슈나 구하 국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무기화된 러시아 천연가스로 인한 거대 스태그플레이션 쇼크와 이탈리아의 정치적 위기가 결합되면 유럽중앙은행(ECB)이 상상할 수 있는 ‘퍼펙트 스톰’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이탈리아의 차기 내각이 영국과 마찬가지로 EU 탈퇴를 추진하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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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드라기 행정부의 충격적인 붕괴는 새 선거를 앞두고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면서 "드라기에 대한 포퓰리스트 쿠데타는 변덕스러운 정책 결정으로 인한 위험에 대한 우리의 민감도를 높인다"고 진단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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