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이름 모를 산새들의 지저귐이 정겹다. 햇살이 꼬리를 감추면 원색의 텐트마다 따스한 랜턴이 불을 밝힌다. 밤하늘은 수많은 별들이 이야기꽃을 풀어놓는다. 부부 앞에 놓인 커피는 달콤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에는 행복이 묻어 있다.
캠핑이라면 자연스레 이런 장면들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요즘 캠핑은 이렇게 낭만적이지도 또 여유롭지도 않다. 치러야 할 대가는 만만찮다. 자동차 트렁크에 가득 가득 캠핑 준비물들로 넘쳐난다. 번번이 텐트를 쳤다 접었다 하는 것도 여간 수고로운 일이 아니다.
낭만은 좋지만 번거로운 건 싫다는 이들이 선택한 게 있다. 바로 차박(차+숙박)이다. 이름 그대로 자동차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캠핑의 한 종류다. 바리 바리 짐을 싸야 할 일도 없겠다. 언제 어디든 훌쩍 떠나 마음에 드는 곳에 차를 세우기만 하면 된다. TV를 켜면 이런저런 채널에서 연예인들이 먹고, 마시며 차박을 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잖아도 느는 추세였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차박의 인기가 열풍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캠핑 인구는 700만명에 달하고 시장규모는 4조원에 이른다. 2020년 10월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캠핑 트렌드 분석 결과 캠핑 관련 검색어 중 차박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차박을 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반대로 개념 없고 몰지각한 차박족들로 인한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주말만 되면 유명 관광지나 한적한 곳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차박을 하는 차량들로 주변은 쑥대밭이 된다.
얼마전 취재차 대관령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해발 830m이다 보니 여름이면 더위를 피해 잠시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곳에서 차박족을 만났다. 구 대관령휴게소에 위치한 평창 신재생에너지전시관 주차장 한 편에 주차된 트럭을 개조해 만든 캠핑카에선 소음에 가까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음악뿐만이 아니다. 주차장을 마당 삼아 설치한 테이블에는 먹다 남은 음식과 쓰레기, 술병 등이 나뒹굴고 있었다.
이 정도는 애교 수준으로 넘겨야 할 일도 있다. 최근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내용을 보면 놀라울 뿐이다. 취사가 금지된 안산 대부도 탄도항 주차장에서 차박을 하던 사람이 고기를 구워 먹었다. 여기까지만 하더라도 욕을 먹기에 충분하지만 차박족들은 한술 더 떠서 장작을 이용해 고기를 굽다 주차 시설물을 불태웠다고 한다.
그뿐인가. 동해안 바닷가 공용주차장은 차박족들과 전쟁 중이다. 야영 안된다는, 차박하지 말라는 큼지막한 현수막은 무용지물이다. 무료 공영주차장을 장기 점유하는 알박기 차박과 공중화장실에서 설거지와 샤워를 하는 몰상식한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차박족들이 머문 곳은 무단 투기한 쓰레기로 뒤덮이고 버린 쓰레기를 치우는 것은 오롯이 지역 주민들의 몫이 됐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일부 지자체는 차박을 아예 금지하거나 주차장 진입을 막고 나섰다.
코로나 시대 차박은 분명 매력적인 여가 활동이다. 그러나 요즘 차박을 간다고 하면 그리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다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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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차박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 때문에 캠핑장에서 차박을 즐기는 사람들도 욕을 먹고 있는 것이다.
감성, 낭만으로 포장한 민폐 차박행위는 이제 근절돼야 한다. 차박족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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