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슈퍼감세 속 시험대 오른 건전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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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이 위기의 단초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가계든, 기업이든, 국가든 빚이 많으면 파탄이 날 수밖에 없다. 설령 투자를 위한 ‘착한 빚’일지라도.


기업 부도로 경제 위기를 겪었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도 따지고 보면 투자를 위한 빚이 만든 결과물이었다. 당시 한보, 진로, 기아차, 대우그룹 등이 투자를 위해 공격적으로 늘렸던 단기차입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면서 우리 정부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터졌다. 2012~2014년 부동산 침체기 땐 내 집은 있는데 대출금을 갚느라 생활고를 겪는 사람들, 소위 ‘하우스 푸어’의 급증으로 가계 빚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개별로 보면 한 가계의 빚에 불과했지만, 수십만 가구에 달하는 하우스 푸어의 문제가 동시에 불거지면서 집값의 추가 폭락은 물론, 금융권 전체를 위협하는 리스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마침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를 겪은 지 몇 년 되지 않았기에 하우스 푸어에 대한 공포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컸다.

또 다른 착한 빚, 국가 부채가 쌓여 폭발한다면? 그 결말은 더 끔찍하다. 가계나 기업의 부도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수습할 수 있지만 국가 부채가 터지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이 과정에서 서민들이 가장 먼저, 큰 타격을 받는다. 그리스가 그랬다. 기형적인 산업구조, 만연한 부정부패, 유로존 가입, 복지비용 증가 등 다양한 원인이 중첩적으로 작용해 국가 부도가 났는데, 그중에서도 ‘국민을 위한’으로 포장된 포퓰리즘 복지비용 증가가 국가 부도의 주요인이었다. 그리스 사태는 선진국도 국가 부도의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국가채무 비율과 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엄격히 관리하는 재정준칙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선진국에 비해 늦었지만, 코로나19 사태 후 확장 재정의 후유증으로 국가부채가 1100조원대로 급증한 우리나라도 최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50% 중반대로 관리하겠다며 재정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그런데 13조1000억원대의 슈퍼 감세를 핵심으로 한 세법개정안을 보면 갸우뚱해진다. 고물가를 잡고 위축된 민생경제를 부추기기 위한 감세라고 하지만 건전 재정 기조를 떠받칠 세수 기반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미 세 번에 걸쳐 나온 고물가 대책으로 10조원에 이르는 감세도 단행된 이후인데 말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간을 두고 보면 기업들의 세 부담 감소는 투자확대와 성장으로 이어지면서 세수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세수 확대 시기를 장담하기 어렵다. 중단기적으로 세수 기반이 흔들리면 국가 재정에 경고등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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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한번 깎아준 세금은 다시 복원하기도 어렵다. 만약 이번에 깎아준 소득세를 제자리로 돌리겠다면? 정치권이 증세에 손사래를 치고 있는 것처럼 이 역시 정권 교체를 각오하지 않는 한 할 수 없을 테다. 6%대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어 감세도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면 분명한 원칙을 갖고 감세에 접근해야 한다. 국가 예산도 다시 한번 꼼꼼히 검증해 봐야 한다.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사업이나 포퓰리즘 복지 사업 등을 철저히 검증해 줄일 수 있는 예산을 찾는 게 급선무다. 그래야 나라 곳간이 건강해진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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