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검찰총장 유력 후보’ 박찬호 광주지검장 전격 사의 표명
박 지검장 "자리보다 일 중시… 명예 회복된 지금 검사 내려놓을 때"
지난 4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박찬호 광주지검장이 김오수 검찰총장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차기 검찰총장 유력 후보로 꼽히는 박찬호 광주지검장(56·사법연수원 26기)이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박 지검장은 7일 오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 인사’에서 "‘검수완박’ 국면에서 검찰 고위직의 한 사람으로서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바 있다. 보통사람인 저로서는 진퇴결정이 쉽지 않았고 여러 사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로 임용된 후 외부기관 파견이나 유학도 없이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 ‘반송자족’ 의 마음으로 오로지 검찰 내에서만 일하며 버텼다"며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사건에 직접 관여하거나 지켜봤다. 저의 조건과 배경에 비춰 ‘이만하면 과분하다’는 생각으로 욕심내지 않고 검사로서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검사로서 스스로 떳떳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하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함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박 지검장은 지난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부임한 직후 단행한 인사에서 좌천돼 제주지검장과 광주지검장으로 전보됐다.
박 지검장은 "제주와 광주로 발령받았을 때 안팎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들렸지만 ‘장풍파랑 회유시, 직괘운범제창해’(이백, 행로난)를 외우며 패기를 잃지 않으려고 했고, ‘지조를 지키기 위해서는 굴욕을 무릅쓸 각오가 있어야 한다’(조지훈, 지조론)는 대목도 되새겼으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기회의 순간, 기억의 공간으로 삼겠다’고 생각하며 지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은 물론 사직할 때도 명예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또한 망설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오랜 시간 인내한 결과 감사하게도 명예가 회복되는 기회가 와서 매우 기쁘고 마음이 가벼워졌다. 원래 저는 자리보다 일을 중시했고, 명예가 회복된 지금이 검사직을 내려놓을 때라 생각된다"고 밝혔다.
박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이 정치적인 진영 논리에 휩싸인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법과 원칙에 근거해 공정성,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그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최근에 우리 사회에 정치적 진영논리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집어삼켜 법치가 무너져가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 우리의 순수성이 심각하게 왜곡되고 훼손되는 것을 보면서 너무 괴로웠습니다. 검찰 내부의 동료 간 믿음과 화합마저 예전과 같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급기야 ‘검수완박’ 상황에 이르러서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했다"며 "우리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사적영역, 사법영역 등 비정치적인 영역에는 정치적 진영논리를 근거로 시시비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검수완박’ 등 최근 일방적으로 진행된 형사사법제도 변경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간절히 희망해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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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검장은 대구지검 검사로 임관해 대검 검찰연구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 부부장,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장,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을 지낸 검찰 내 대표 ‘특수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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