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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송영길 변수와 민주당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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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패배한 이후 민주당엔 이례적인 흐름이 포착됐다. 석패이긴 했지만 대선패배라는 현실을 잊은 듯이 당 안팎으로 이재명에 대한 관심이 식을 줄 몰랐다. 특히 2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지지세력이 결집하는 이례적인 모습까지 보일 정도였다. 또 하나는 대선패배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한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졌잘싸’라는 박수에는 사실상 송 전 대표의 몫이 제일 많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럼에도 하산한 송 전 대표가 결국은 586세대의 하산까지 이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그것이 대선패배 이후 586세대를 대표하는 송 전 대표의 운명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선패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분위기가 ‘다시 해보자’는 쪽으로 바뀌었기 때문일까. 비상대책위를 꾸리는 방식이나 그 면면을 보노라면 ‘도로 민주당’ 식이다. 대선패배 이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하산을 선언한 송영길 전 대표가 갑자기 하산 길을 접고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당을 위한 ‘희생’이라고 역설했다. 이 또한 도로 민주당 식 변명일 뿐이다. 내가 하면 희생이요, 남이 하면 ‘과욕’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송영길 전 대표의 헌신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의 자질이나 능력에 대해서도 알려진 대로 크게 나무랄 것이 없다. 차기 유력한 대선주자로 손꼽히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하지만 지금 송 전 대표의 ‘희생’은 국민의 공감과는 거리가 멀다. 아니 열 번 공감하더라도 서울시민들의 지지를 얻기는 더 어렵다. 어떤 명분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헌·당규에 따라 공식 공모 절차를 거쳐 마감됐으니 그에 따라 경선하면 된다”고 말한 대목도 과유불급이다. 경선을 할지 말지는 예비후보인 송 전 대표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 추후 민주당의 6.1지방선거 공천기구가 결정할 일이다.


송영길 전 대표는 대선패배 책임과 관련해서 자유로울 사람들이 누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대선 때 당 대표였던 사람이 할 말은 아니다. 그런 주장이라면 대선패배 직후 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는 말인가. 논리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봐야 한다는 뜻이다. 대선패배의 책임을 먼저 당 대표가 지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인가. 당원들인가. 아니면 이미 해체된 선대위 인사들인가. 결코 송 전 대표다운 발언이 아니다. 갑자기 이렇게 돌변한 이유가 더 궁금할 따름이다.


6.1지방선거가 50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직후인지라 집권당인 국민의힘 쪽이 유리한 것은 상식이다. 새 정부 출범의 ‘컨벤션 효과’도 간단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참에 지방권력까지 교체해서 정권교체를 완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을 것이다. 민주당은 인물 경쟁에서 뛰어난 일부 후보들과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고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우려와 견제의 목소리가 적지 않을뿐더러 민주당과 이재명 전 후보에 대한 지지세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자칫 정책 혼선이나 인사검증 실패는 그대로 민심의 역풍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바로 이런 시점에서 ‘송영길 변수’가 불거진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시장 선거만이 아니라 6.1지방선거 전체를 봐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강력한 견제세력이 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송영길 전 대표가 그 중심에 있는 셈이다. 감동은 아니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 송 전 대표가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부족하다면 다른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최근 민주당을 바라보는 시선이 갈수록 냉소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6.1지방선거까지 망해봐야 제대로 쓴 맛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건 당원과 지지자들에 대한 배신에 다름 아니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비상(非常)’을 선언한 민주당 지도부가 참으로 비상한 결심을 해야 할 시점이다.


박상병(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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