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독선·아집 버려야" 연일 장애인 시위 비판
"여성·남성 편가르기 했던 행보 그대로 되풀이"
"정치가 해야 할 역할 방기…갈등 원인 시민에 돌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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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진행 중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향해 연일 공격성 발언을 내놓고 있다. 시각장애인인 같은 당 김예지 의원이 시위에 참석해 '무릎 사과'를 하고, '시민과 장애인을 갈라친다'는 비판에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사회적 약자와의 동행과 국민 통합을 당의 기조로 내세운 것과는 상반된 행보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부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시민을 볼모로 잡는다", "독선과 아집을 버려야 한다"라며 전장연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시위가 지속될 경우 제가 현장으로 가서 따져 묻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박원순 시정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했던 약속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에 지속적으로 시위를 하는 것은 의아한 부분"이라며 지난 20여년간 이어져 온 이동권 시위를 정파적으로 해석하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26일에는 "소수자 정치의 가장 큰 위험성은 성역을 만들고 그에 대한 단 하나의 이의도 제기하지 못하게 틀어막는다는 것에 있다"면서 '언더도그마'를 언급했다. 언더도그마란 약자는 무조건 선(善)하고, 강자는 무조건 악(惡)하다고 판단하는 현상을 말한다. 즉 약자인 장애인이 시위를 한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선한 것은 아니란 주장이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선량한 시민 최대 다수의 불편을 야기해 뜻을 관철하겠다는 방식은 문명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식"이라며 "이것이 용납되면 사회는 모든 사안에 대해 합리적 논의나 대화가 아닌 가장 큰 공포와 불편을 야기하기 위한 비정상적인 경쟁의 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할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피해 보는 선량한 시민'과 '독선적인 장애인 단체'의 갈등으로 규정한 셈이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이미 서울시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93.0%다. 올해 계획대로 라면 94.9%가 되고"라며 정치권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노력해왔음에도 전장연이 시민들을 볼모로 잡는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8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시작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출근길 시위에 참석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28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시작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출근길 시위에 참석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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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치는 '혐오 정치'를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척수장애인인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국회에서 전장연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대 대통령선거에서 혐오를 조장해 국민의 비판을 받았음에도 반성은커녕 또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치기 했다"며 "장애인단체의 이동권 보장 요구에 인질, 볼모, 부조리라는 단어를 운운하며 서울경찰청에까지 조치를 요구하는 모습에 새로운 정권에 대한 깊은 두려움이 생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장애인들이 시위하는 이유는 국민의힘과 이준석 대표 본인이 장애인 권리예산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시위의 핵심 요구사항은 한사코 외면한 채 엘리베이터 설치율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시위대 흠집 내기에 집착하는 이준석 대표의 직무태만과 적반하장이야말로 시위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앞서 대선 과정에서도 남성 유권자 지지 확보를 위해 반페미니즘적 발언과 정책 내세워 성별 갈라치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정권교체에는 성공했지만, 민주당과의 득표 차는 불과 0.73%포인트로 '진땀승'을 거둔 배경에 대해 이 대표 책임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경복궁역에서 진행된 전장연 시위를 찾아 이 대표 발언과 관련해 '무릎 사과'를 했다. 그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큰 사고가 있어야 언론이 주목하고, 그때야 정치권이 관심 가지는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드린다. 헤아리지 못했고 공감하지 못해서, 적절한 단어 사용으로 소통하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 같은 비판에도 전장연을 향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김 의원의 무릎 사과와 관련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개인 자격으로 행동한 것"이라며 "나는 사과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에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불법시위를 해야 의견이 관철된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며 거듭 전장연을 저격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 소장은 사회의 불평등을 해결해야 할 정치가 시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방식의 '혐오 프레이밍'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대선 국면에서 여성과 남성을 편 가르기 했던 행보를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며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는 부분은 대체로 예산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정치권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권한과 책임이 있음에도 갈등의 원인을 장애인들에게 돌려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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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은 장애인만을 위해서 행해져야 하는 것이 아니다. 노인, 몸이 불편하거나 짐이 많은 비장애인들도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이들은 오랜 시간 이동권 투쟁을 지속해왔음에도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에 시위에 나선 것"이라며 "이동권뿐 아니라 교육, 생활 지원 등 정책 실현을 위해 예산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그런데 오히려 장애인들을 향한 혐오에 편승해 그 감정을 더 키우고 있다. 그리고 그가 겨냥한 혐오의 대상은 언제나 장애인, 여성,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였다"고 지적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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