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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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르담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항구도시다. 1270년 마스강의 지류인 진흙 지역(Rotte)에 댐을 건설하면서 시작된 항구 역사는 동인도회사의 중추적 역할을 하며 성장했다. 하지만 로테르담 항구는 해수면보다 5m 이상 낮은 곳이어서 큰 배가 다니기에는 무리였다. 1872년 마스강과 인근의 라인강을 운하(Nieuwe Waterweg)로 연결하고 큰 배가 드나들 수 있도록 도크를 만들면서 항구는 북해로 확장됐고 비약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유럽의 물류 허브 역할을 하던 로테르담은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폐허가 됐다. 하지만 항구를 중심으로 육로, 철도를 연결해 1970년부터 ‘유럽의 관문’으로 불리게 된다. 오늘날 로테르담은 컨테이너 물동량으로 세계 10위에 그치지만 자율 로봇 기중기와 컴퓨터 제어,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선적시간이 가장 짧은 ‘가장 똑똑한 항구’로 평가된다.

원래 항구(seaport)는 선박이 화물과 승객을 싣고 내리는 해양 시설로 세계 무역의 70%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주요 항구는 국제적으로 연결돼 여권(passport)이 필요했고 항공기가 대중화되면서 하늘의 항구(airport)라는 개념으로 발전한다. 최근 네덜란드는 로테르담을 중심으로 하는 물류의 항구에서 ICT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지식항구(brainport)’로 확장하고 있다.


남부에 위치한 브레인포트 지역은 인구 77만명에 불과하지만 2014년 필립스 전자가 위치한 에인트호벤을 중심으로 혁신 생태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인근의 로테르담 항구, 스키폴 공항과 함께 물류항구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지식항구’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다. 오늘날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ASML, NPX와 같은 반도체 기업과 2만명의 인재들이 상주하는 두뇌허브로 거듭날 수 있었다.

1990년대에 에인트호벤 지역은 필립스의 위기와 트럭 제조업체 DAF의 파산으로 총체적 난국에 빠진 적이 있다. 시 당국과 학교, 상공회의소는 지역 경제 발전을 촉진하고 혁신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 시작했다. 오랜 논의 끝에 ICT 중심의 지역기업을 육성하고, 해외로부터 유능한 기업을 유치해 지역특화산업과 결합하는 브레인포트 혁신 클러스터를 만들기로 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ASML은 브레인포트 클러스터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2004년 필립스에서 분사한 이곳은 반도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해 글로벌 첨단기업으로 성장했다. 브레인포트 지역은 네덜란드 R&D의 23%를 차지하며, 오픈 이노베이션이 지역산업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3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신제품들이 지역기업 매출의 28%를 차지, 혁신의 중요성을 웅변하고 있다.


브레인포트는 지역 개발과 산학연 모델을 결합해 지역 특화 산학연 모델의 새 지평도 열었다. 인재·기업·국제화·기술·기초의 5가지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인재’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기술 대응과 유연한 사고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덕분에 브레인포트는 네덜란드 제조업의 혁신 생태계를 이끄는 최첨단 지식항구가 됐다. 코로나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네덜란드는 로테르담으로 상징되는 물류 항구, 브레인포트가 중심이 된 디지털 지식항구를 키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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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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