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재명 윤석열? 아직 못 정했어" '역대급 비호감' 대선…유권자들 '한숨'
'정치 1번지' 종로서 만난 시민들 李-尹 지지 질문에 "뽑을 사람 없다" 토로
'안철수 단일화' 대선 승패 가를 수 있다는 관측도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정완·강우석 인턴기자] "아직 뽑을 사람 못 정했어.",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네요."
20대 대통령 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유권자들은 누구를 대통령으로 믿고 선택해야 하는지,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9일 오후 '정치 1번지'라 불리는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만난 시민들은 새로운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회복에 힘써야 한다면서도 어떤 인물을 지지하고 있다고 선뜻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낙원상가 인근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박모씨(65)는 취재진에게 "붕어빵을 구워볼 수 있나"라며 실무 경험이 있는 사람이 대통령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성남지사, 경기도지사 등 행정 경험이 풍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 씨는 "현재 대선 상황이 그야말로 한심하다"라면서 "지지하는 후보는 있지만 다 똑같다"라고 토로했다.
직업훈련소에서 행정직으로 근무한다고 밝힌 40대 후반 김모씨 역시 '대선 후보 중 지지하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정하지 않았다"라면서 "일자리 창출과, 취업 지원금 등 정책에 많은 관심을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오늘(11일) 기준으로 대선이 27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시민들의 의견과 같이 아직 지지하는 후보를 정하지 못한 것은 소위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다음달 한국 대선이 주변국에도 영향을 끼칠 중요한 이벤트라면서도 후보들의 무익한 공방에 한국 유권자들이 지쳐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WP는 "한 후보는 역대급 토지 부패 추문에, 다른 한 후보는 무속 논란과 미투 피해자 폄하 논란에 휩싸였다"라며 "해결사 이미지와 반부패 검사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이들이지만 이번 대선을 앞두고 가족 스캔들에 집중하면서 유익한 정치적 아젠다를 유권자에게 제시하는데 실패했다"고 했다. 이어 한국학 전문가의 말을 전하며 "한국 정당 정치 역사가 짧아 개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문화가 있다"며 "이 때문에 한국 유권자들이 공적 시스템에 대한 피로도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아예 정치에 환멸을 느낀다는 의견도 있었다. 직장인 최모씨(42)는 "한국 정치가 진짜 발전할 수 있나"라면서 "뭐 맨날 싸우지 않나, 이번에는 배우자들 문제까지 나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악을 피하고자 차악을 선택하는 게 이번 선거 같은데, 정말 정치인들 한심하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같은 시민들의 푸념은 여론조사에서 그대로 반영된다. 이 후보, 윤 후보 여야 대진표가 완성된 이후 한국갤럽이 2주마다 진행한 차기 주자 지지도 여론조사를 보면, 지난해 11월 16∼18일 조사에서 이 후보 31%, 윤 후보 42%, 의견유보 14%였다.
여기에 11월30일∼12월2일 조사에서는 이 후보 36%, 윤 후보 36%, 의견유보 15%였다. 그러나 윤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 씨 허위이력 논란이 터진 이후 치러진 12월14∼16일 여론조사는 이 후보 36%, 윤 후보 35%, 의견유보 16%를 나타냈다.
각 후보 경쟁에 의한 희비와는 별개로, 의견을 유보한 부동층 비중이 1%포인트씩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부동층이 점차 줄어드는 역대 대선의 전례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이 같은 결과는 양쪽 진영에서 큰 문제가 동시에 튀어나와,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유권자들이 결정을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종로 일대에서 만난 시민들의 모습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이렇다 보니 대선 판세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지지율 접전을 이어가면서 단일화 여부도 변수로 떠올랐다. 사실상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누구의 손을 잡느냐가 대선 승패를 가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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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해 안 후보는 현재 대선 완주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낸 상황이다. 그는 10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대선 완주 의지에도 야권 지지층의 단일화 요구엔 설득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권한의 크기만큼 책임의 크기가 따라가는 것이다. 왜 내가 (책임이) 있느냐"며 사실상 단일화 양보를 요구하는 국민의힘에 대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정권교체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내 몸을 던졌다"며 "나와 내 지지자에 대해 하는 걸 보면 이건 마음을 줄 수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정완 인턴기자 kjw106@asiae.co.kr
강우석 인턴기자 beedoll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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