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총 등 30개 단체 8일 오전 공동 토론회 개최
패널들 중복 질문에 윤 후보도 원론적 답변에 그쳐

중복 질문에 원론만…실망스러운 윤석열 '과기 정책' 데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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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오전 과학기술인들과의 정책 토론회를 가졌다. 20대 대통령 선거 출마 후 사실상 처음으로 자신의 과학기술 분야의 정책 공약과 국정 운영 구상을 밝힌 자리였다. 그러나 중복된 질문이 이어지는 등 주최 측의 준비가 허술했다. 윤 후보도 구체적인 해법과 대안 제시 등 보다는 원론적 수준의 언급에 그쳐 실망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예민한 현안이 된 과학기술부총리제 부활, 우주개발전담기구 신설 및 소재지 논란 등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 등 30개 단체가 공동 주최한 과학기술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자신의 과학기술 분야 공약을 첫 공식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는 정부의 과학기술정책 리더십 강화를 위해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위원회를 설치해 전략ㆍ로드맵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 부처 고위직에 최대한 과학기술 전문가들을 기용해 국정의 중요 의사 결정에서 과학이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치ㆍ과학의 철저한 분리, 자율적 연구 환경 확립ㆍ국제공동연구 활성화ㆍ다국적 기업의 연구개발(R&D) 센터 유치 등과 함께 미래 선도형 연구관리시스템 도입, 청년과학자들에 대한 연구비ㆍ연수기회 확대 등 지원 강화 등을 약속했다.

윤 후보는 그러면서 "10대 경제 강국의 강점을 활용해 과학기술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새로운 국가간 경쟁 체제에서 과학과 원천기술 보유한 과학기술 강국만 선두에 도약할 수 있다"면서 "과감한 혁신으로 과기 강국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 과학 기술계와 함께 세계 5대 과학기술 선도국가의 기틀을 확실히 닦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의도로 탈원전을 졸속 추진해 에너지 수급 불안을 초래하고 세계 최고의 원전 생태계를 어렵게 만드는 등 정치를 과학기술 영역으로 끌어들였다고 비판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후 진행된 패널 토론회는 중복 질문이 난무하는 등 준비가 안 된 기색이 역력했다. 우선 주하나 한국과학영재학교 1학년생은 윤 후보에게 "과학영재학교 학생들이 의대 진학을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딜레마 아니냐"라고 물었다. 코로나19 극복 등을 위해 바이오·의학 분야의 우수한 인재가 필요한 데, 정작 영재들이 의대를 못 가게 하는 것은 문제라는 취지였다. 국고 지원을 받는 이공계 특수 학교 영재들이 의대로 몰리는 것은 관련 교육시설 건립·운영 취지나 국민들의 정서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과는 동떨어진 질문이었다. 이에 윤 후보는 "굳이 의대 가는 것 보다는 공과대로 진학해 의과학, 의공학 등 자연 계열의 바이오 분야와 의과대학이 함께 연구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라"며 "과학 영재들이 임상 의사로 진출하는 것 보다는 의과학, 의공학 분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일축했다.

김해방 연세대 학생은 이공계 학생 부족 등 고학력 인재 수급 불균형에 대한 원인과 대책을 물었다. 윤 후보는 수도권 규제법을 원인으로 들고 손질할 의사를 밝혔으며, 대학 내 부전공ㆍ융합과정 신설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기업 수요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수도권 규제법에서 정원을 규제하는 것을 과감하게 탈피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부전공, 융합과정 등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수빈 파크시스템 연구원은 반도체ㆍ소부장 등 기초 과학 발전에 대한 지원 대책을 질문했다. 윤 후보는 그러나 구체적인 공약ㆍ정책 언급 없이 지난해 서울대 반도체 연구소 방문때 들었던 얘기라며 또 다시 수도권 규제법 정비, 학교 정원 자율 조정 등을 거론했다. 또 축구 잘하는 브라질에는 국가대표 외에도 수백배의 선수층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많은 연구자들이 생태계를 이뤄서 기초분야부터 현장에서 응용할 수 있는 상용화 기술까지 다양한 생태계를 이뤄가면서 발전해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김호락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은 우주개발ㆍ핵융합 등 기초 원전 연구개발이 정치나 성과주의로부터 자유로와야 한다며 장기적ㆍ자율적 연구 보장 방안에 대해 물었다. 윤 후보는 여기에도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그는 "예산과 조직운영에 대해 상당한 정도의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과제 선정할때부터 심도 있는 검토와 협의를 거치고 성공하지 않더라도 상당한 기술적 과학적 의미가 있는 결과물 나올때까지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만 답했다.


이성주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신산업ㆍ기존 산업간 이해 충돌 문제에 대한 국가의 역할에 대해 질문했다. 윤 후보는 "가급적이면 신산업에 대한 규제는 과감하게 철폐하고 적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사회가 얻을 수 있는 것이 훨씬 많고 기존 산업에 대한 규제도 함께 풀어갈 수 있다"면서도 "신산업에 관계하는 분들은 자기들 꺼만 풀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엇갈린 답변을 내놨다.


이렇게 윤 후보가 계속 세부적 해법ㆍ정책 대안보다는 원론적 얘기만 내놓자 다음 질문자인 이영완 조선일보 기자는 "구체적인 후보의 국정운영철학 전략을 묻겠다"고 질문을 시작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2030년내 탄소 배출량 40%감축(2018년대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구체적 전략을 갖고 있냐고 물었다. 또 우리나라의 목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는 데 수정할 뜻은 없는 지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윤 후보는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해서도 해법과 정책을 내놓지 못한 채 원론적 언급에 그쳤다. 윤 후보는 "2050 탄소 중립 목표는 전 인류가 합의한 목표라 무조건 달성해야 한다"면서도 시기별 로드맵은 과학계ㆍ산업계 의견을 경청해서 재조정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과학계 전반의 현안에 대한 질문보다는 '인재' 양성 관련 질문이 계속 중복되기도 했다. 유튜브를 통해 질문한 싱가포르 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 조남준 난양공대 석좌 교수는 해외 인재의 국내 유치 방안을, 객석에 있던 한 청중은 이공계 기피 현상 해소 방안을 물었다. 윤 후보는 "제일 중요한 게 처우다"라며 대우 개선ㆍ정주 여건 보장 등을 거론했고, 이와 함께 해외 공동 연구에 대한 재정 투자 등 지원 확대를 대안으로 언급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의 컴퓨터 전공 학생 수가 10년새 10배로 늘어났다는 언론 보도 등을 거론하며 예의 수도권 규제 정비를 통한 정원 조정 자율화, 부전공ㆍ융복합 전공 활성화 등 학제 개편 등을 재차 설명했다.


이밖에 윤 후보가 최근 발표한 '중원 신산업 벨트' 공약에 대해 임태희 국민의힘 대선캠프 상임고문이 나서 "소외됐던 강원, 중부, 호남 지역을 연결해 해당 지역의 특성화된 산업들을 연결해 중심적으로 발전하도록 선도해 갈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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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는 윤 후보가 자신의 과학기술 정책 공약을 '원론적'으로 다시 설명하는 순서로 마무리됐다. 그는 "한국 사회의 역동성이 떨어졌는데 최근 얼마 동안 정치와 이념이 경제와 산업과 과학을 지배해 자율과 창의력이 저하됐기 때문"이라며 "살고 죽는 문제가 과학기술에 달려 있다. 그만큼 치열하게 과학기술 진흥을 위해 국가와 대학과 연구기관과 민간 기업이 여기에 힘을 합쳐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앞으로의 정부가 과학기술을 가장 중요시하는 정부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지속 가능한 문명을 위해 탄소 중립을 (추진)하는 것처럼 발전과 번영을 계속 누리기 위해선 지금의 과기 진흥 정책은 턱없이 부족하며 혁신적이고 혁명적인 정책과 문화가 나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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