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이 각자 좋은 조건에서 거래하는 환경은 시장 원리에 부합한다. 부동산 시장에선 보유세가 높고 거래세가 낮은 상태가 그럴 것이다. 그러나 세금을 이용한 시장 통제는 대체로 실패했다. 그래서 지금의 대통령 후보들은 세금이나 금융 규제가 아닌 공급 확대에 집중하는 시장 안정책을 공약한다.


세금과 대출로 수요를 억제하는 방법을 택한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취지인데, 시장 왜곡을 해소할 가능성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목소리 역시 많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난달 한국조세정책학회 세미나에서 “세금을 통한 투기 수요 억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단언했다. 시세 차익을 아무리 세금으로 흡수해도 투기 이익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결국 투기 수요는 세금이 아닌 공급에 의해서만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급 확대가 곧 만능 요법일지에 대해서도 의문의 목소리는 있다. 일단 시간의 문제다. 시장에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누구나 원하는 좋은 물건은 언제나 부족하다. 결국 다주택자들이 괜찮은 물건을 시장에 내놓도록 유인하는 방법이 병행돼야 하는데 이는 다시 논점을 세금으로 돌려놓는다. 집을 가지고 있는 대가로 내는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와 집을 사고팔 때 내는 거래세(양도소득세·취득세·등록세) 두 가지를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핵심이다. 새 정부의 기조를 예측해보건대 거래세는 낮아질 것이 분명하다. 제1야당 후보뿐 아니라 여당 후보도 "기회를 줄 테니 탈출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거래세 완화를 예고했다.


결국 보유세 특히 종합부동산세를 어떻게 다루냐에서 분명한 차이가 생길 테지만 상황은 이상하게 흐르는 중이다. 여당 후보는 현 정부의 보유세 강화 기조에서 과감하게 이탈하고 있다.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대한 과세가 민심 악화로 이어지는 걸 걱정한 때문일 것이다. 보유세 강화의 일환으로 평가된 국토보유세 역시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이란 단서가 새로 달렸다. 공시가격 현실화 일정을 늦추는 것 역시 그런 기조로 해석된다. 그의 요청에 화답하듯 정부는 대선이 있는 3월 중 구체적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보수 정당의 유력 후보는 아예 종부세 폐지를 주창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가 당선되더라도 보유세·거래세 완화라는 대대적 기조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AD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원인을 분석할 때 ‘시장을 이기려 했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문 정부는 보유세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거래세까지 올려 시장 참여자의 퇴로를 끊는 오류를 범했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서 거래세 완화와 공급 폭탄은 최소한 시장 안정 측면에서 현 정부 정책과는 다른 결과를 낼 기대감을 준다. 그러나 그 시기가 언제일지, 계획대로 추진될지 불분명한 공급책보다 보유세 변화는 더 빨리 더 확실하게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김 교수는 같은 토론회에서 보유세의 투기 수요 억제 효과의 한계를 언급하면서도 "형평성 효과가 큰 보유세를 정상화하는 건 여전히 유효한 과제"라고 했다.


물론 보유세 역시 집값을 잡는 전가의 보도가 될 순 없다. 조세정의에 부합하는 측면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선 세부담 전가, 선별적 매물 출회 유도 등 투기 수요 억제 수단으로써 제한적으로 작동함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유세와 공급이라는 양 날개의 하나를 포기하는 변화의 파장은 작지 않을 것이다. 초박빙 대선에 ‘수도권 표심 이탈’을 우려한 후보들이 지론을 뒤집거나 조세정책 방향의 급격한 전환을 꾀하는 건 우리 모두의 운명을 건 위험한 실험이 될 수 있어 우려가 크다.

신범수 건설부동산부장

신범수 건설부동산부장

AD
원본보기 아이콘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