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웨이브] 혁신적인 현상에 대한 두려움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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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새로운 현상은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되곤 했다. 이런 현상은 보통사람들과 다른 사고능력을 지닌 현인들도 피해갈 수 없었던 듯하다. 서양철학의 근간을 세운 소크라테스는 당시 새롭게 유행한 글쓰기 탓에 사람들의 기억력이 약해질 것을 탄식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생각을 직접 글로 적은 저서를 출판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 많은 현대인들이 소크라테스의 업적을 기억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그렇게도 싫어하던 글의 덕분이다.


현인들도 그런데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산업혁명이 급속도로 진행되던 19세기 초 방직기계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아가 갈 것이라면서 기계를 파괴하자던 러다이트 운동도 있다. 역사적으로 생산성이 혁신적으로 향상되고 인류의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높아지는데 기계의 역할을 빼놓고 상상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런 기계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직업과 직종들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그 후로도 등장한 새로운 현상들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과 공포는 지속됐다. 라디오, TV, 만화책, 록음악,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등 새로운 미디어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사고능력을 저하시키고 폭력적인 행동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됐다. 하지만 이런 걱정이 실제로 나타났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아무데도 없다. 오히려 이런 기술들 덕분에 우리사회는 코로나19라는 갑작스런 비대면 사회에서도 학교 수업과 회사 업무가 차질없이 진행되고, 떨어져있는 친구들과 매일 소통하며 별일 없이 살고 있다.


만일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혀 인류가 글쓰기를 금지하고, 기계를 제한하며,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을 감시하였더라면 어땠을까? 두려움과 공포가 사라진 행복한 세상에서 살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오히려 코로나팬데믹과 같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단이 없어서 더 큰 두려움과 공포를 안고 살아가지 않았을까.

지난 10년 가까이 청소년의 수면권과 게임중독으로부터 보호하자던 취지의 청소년게임셧다운제가 폐지된지 1달이 넘어가고 있다. 청소년들이 잠을 자지 않고 게임 중독이 심화되어 사회적으로 문제가되고 있다는 증거나 보고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냥 별일 없이 잘 이용하며 살고 있다. 글쓰기와 기계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청소년게임셧다운제의 주무부처였던 여성가족부는 20대 대통령후보의 공약으로 존폐가 거론될만큼 이슈의 한가운데에 있다. 물론 그것이 셧다운제때문만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셧다운제가 이런 이슈를 심화시킨 요인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아이들이 하는 게임을 몇 시간 셧다운시키려는 정책을 고수하다 주부무부처가 셧다운을 당할 상황까지 몰린 것이다.


게임에 대한 근거없는 두려움과 공포는 여전히 현재 진행중이다. 청소년게임셧다운제 폐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때 셧다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상당수의 단체들은 게임중독질병코드를 추진하고 있는 이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도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만일 시대적 흐름에 반하는 게임중독질병코드가 도입되었을 때 그 주무부처는 여성가족부보다 더 혹독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혁신에 대한 반동들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맥락을 볼 때 그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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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주 ‘게임세대 내 아이와 소통하는 법’ 저자·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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