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새해를 뒤흔든 미사일 두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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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새해부터 북한이 두 발의 미사일을 쏘아올렸다. 북한이 국방발전 계획의 ‘5대 핵심 과업’ 중 가장 중요한 전략적 의의를 가졌다고 평가하는 극초음속미사일이다. 우리 군은 첫 번째 미사일 발사 때만 해도 ‘단순한 탄도미사일 수준’으로 평가절하했으나, 북한은 보란듯 최고속도 ‘마하 10’의 두 번째 미사일로 화답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참관한 것도 이 미사일에 대한 북한 군 당국의 자신감과 완성도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북한의 미사일 성능이 과장됐다고 굳이 폄하했던 우리 군 당국은 오판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이 며칠새 더 개선된 성능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시키며 국방 전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성능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경제력 수준은 세계 10위권 수준으로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차이가 나지만 미사일 개발 능력만큼은 결코 얕잡아볼 만한 것이 아니다.

상하 좌우로 활공비행을 하는 극초음속미사일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일반 탄도미사일보다 탐지 및 요격이 어렵다.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이른바 ‘게임체인저’다. 발사에 성공한 나라도 미국, 중국, 러시아 등 3개국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만약 극초음속미사일이 실전배치될 경우 한미 요격망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5대 핵심 과업’ 중 극초음속미사일을 완성시킨 북한은 다탄두미사일 등 나머지 핵심 과업에 해당하는 무기들도 속속 시험발사하거나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 시기는 김일성 생일(4월 15일) 110주년, 김정은 생일(2월 16일) 80주년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 성과를 내세워 ‘선대의 유훈’을 잇고 있음을 강조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의 민심을 달래려는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동북아 군비경쟁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지난 6일 미국과 일본은 외교·국방장관(2+2)회담에서 극초음속미사일 대응을 위한 공동연구 수행에 합의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외치며 재무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 역시 지난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비행시험, 누리호 발사 등으로 북한을 자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군비경쟁이 심화되면 그렇잖아도 지지부진하던 남·북·미 대화는 더욱 수렁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남북철도 착공식에서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지만, 북한은 종전선언 추진 등 남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대화의 장으로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역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관련자 제재로 응수하며 ‘강대강’ 기조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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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대화는 이어져야만 한다. 동북아에 드리운 군비경쟁의 그늘을 걷어내고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며 다시금 평화와 번영을 논의할 수 있는 기반은 결국 마음을 터놓은 대화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임기를 100여일 남겨둔 문재인 정부도 막판까지 대화의 모멘텀 마련을 위해 뛰어야겠지만, 다음 정부를 이어받는 대통령 역시 북한과의 대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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