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새해 아침 새겨보는 '자유'와 '시장'
새해 아침엔 누구나 소망을 떠올린다. 나는 자유와 시장이 우리 사회에서 다시 존중되길 바란다.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의 '자유'와 시장자본주의(Market Capitalism)의 '시장' 말이다. 둘 다 현행 대한민국헌법이 보장하는 핵심 가치다.
2년 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비자유(Illiberal)' 민주주의의 실상을 생생히 그려냈다. "집권여당...은 원내 다수당이란 점을 이용해서 규제당국을 포획하고, 기업을 지배하며, 법원을 통제하고, 언론을 매수하며, 선거 규정을 유리하게 바꿨다. (이를 위해 권력자가) ... 법을 어길 필요는 없다. 국회를 시켜 법을 고치면 되기 때문이다. ... 정적을 제거할 필요도 없다. ... 어용 언론이나 세무 당국을 통해 혼쭐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나라는) ... 겉으론 잘 나가는 민주국가이나, 실은 일당제 국가다."
'이 나라'는 역시나 헝가리다. '집권여당'은 피데스, '권력자'는 당대표 오번이다. 글로벌 위기 후, 세상은 경기침체와 불평등 심화로 포퓰리즘 정치의 온상이 됐다. 포퓰리즘은 겉으론 '국민'을 내세우나 속으론 '분열을 심고 분노를 부추겨' 자유민주주의를 몰아낸다. 그 빈자리엔 으레 비자유민주주의가 들어선다. 헝가리나 폴란드, 터키가 그랬다. 이 나라들만일까.
여의도에선 의석수를 앞세운 집권여당의 포퓰리즘 입법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언론의 묵종을 강요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까지 등장할 정도다. 공수처법 등이 초래한 혼란과 분열을 우리 국민은 익히 경험한 터다. 민주사회가 자유의 소중함을 망각할 때, 법률은 권력자의 한낱 정치도구로 전락하고 권력자는 그 위에 군림한다. 이건 '법률에 의한 지배(Rule by Law)'다. '법치(Rule of Law)'가 아니다.
한편, 시장자본주의에서는 사유재산권과 자발적 교환을 토대로 '시장'이 모든 경제활동을 조직화한다. 시장을 무시한 일방통행식 정책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문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대책이 그랬다. 재분배와 투기근절이라는 눈앞의 목표가 전부였을 뿐 시장은 안중에 없었다. 게다가, 그로 인한 정부실패마저 온갖 퍼주기의 빌미로 삼았다. 사회가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져들었다.
이런 일을 80년 전 예견했던 학자가 슘페터 하버드대 교수다. 그는 자신의 저서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에서 기업가의 혁신을 자본주의 발전의 동력이라 봤다. 시장 경쟁이 혁신을 싹틔운다는 점에서, 슘페터는 시장자본주의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다만, 먼 훗날 식자들이 자본주의에 반감을 갖고 큰 정부를 선호하게 되리라 우려했다. 그의 고뇌에 뒤늦은 수긍이 간다. 오늘 우리 사회를 보라. 국민을 입에 달고 사는 배부른 강남좌파의 위선이 국민에게 먹혔고, 개인의 삶이 국가 책임이라는 허황된 믿음이 퍼지지 않았나.
민주주의에서 자유가 사라지면 법에 의한 지배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삼켜버린다. 자본주의에서 정부정책이 시장을 백안시하면 정부실패는 물론이고 자본주의가 토대부터 흔들린다. 부디 올 한해가 자유와 시장의 복원을 향해 성큼 나아가는 원년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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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범 경상국립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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