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법, 정작 '투자자 보호' 어렵다
금융위, 국회 정무위에 자료 제출…제도권 편입 첫발
민간에 자율규제 권한 부여…당국은 감독권만 보유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가상화폐법의 윤곽이 잡혔다. 금융위원회(금융위)의 자료를 토대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가상화폐의 미공개정보를 악용하거나 시세조종을 할 경우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제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민간에 자율규제를 맡기면서 무늬만 법안이 될 수 있고 가상화폐만을 위한 업권법이 만들어져 법체계가 엉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전날 그동안 발의된 가상화폐와 관련한 의원 입법안들을 종합한 ‘가상자산 업권법 기본방향 및 쟁점’이라는 자료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했다. 지금까지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김병욱, 민형배, 윤창현, 조명희 등 의원들이 10여개의 가상화폐 관련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향후 국회 정무위원회는 해당 자료를 가지고 가상화폐법을 논의해나갈 예정이다.
제도권 편입 첫발…해외와 비교해도 앞서는 수준
이번 법안은 지난 3월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과 달리 투자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금법 개정안은 자금세탁방지에만 제재를 가해 제대로 된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자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에 준해 가상화폐 관련 미공개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불공정행위에 대해선 형사적 제재와 함께 경제적 이익을 환수키로 했다.
구체적으론 5억원 미만의 부당이익엔 1년 이상,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엔 3년 이상, 50억원 이상엔 5년 이상의 징역을 가한다. 아울러 부당이익의 3~5배에 달하는 벌금도 부과할 예정이다.
최근 범위가 커지고 있는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도 확실하게 했다. 일반 가상화폐뿐만 아니라 증권형토큰과 법정화폐와 가치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대체불가능토큰(NFT) 등도 가상화폐의 정의에 포함시켰다. 이 가운데 증권형토큰은 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경우 자본시장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아직 제대로 된 규제를 시도 못한 미국 등 해외와 비교하면 앞서가는 수준의 규제"라며 "제도권의 첫발을 내딛었다"고 평가했다.
민간에 자율규제 맡겨…"제대로 된 투자자 보호 난망"
다만 민간에 자율규제를 맡기기로 해 투자자 보호가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자료에 따르면 민간에 일정한 자율규제 권한을 부여하고 금융당국은 최소한의 감독권만 보유한다. 앞으로 가상자산사업자의 영업행위, 가상화폐 상장·유통 등과 관련된 상세한 규제는 민간협회에서 만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민간협회에겐 금융위, 금융감독원(금감원)만큼의 규제 권한이 없어 실질적으로 투자자를 보호하기 어렵다. 금감원의 경우 은행, 증권사, P2P투자업체 등 금융과 관련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실사할 수 있지만 민간협회는 그러질 못한다. 아울러 완전히 세금으로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유착을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은행과 증권사 등은 금융당국의 말 한 마디에 눈치를 보는데 육성사업이란 이유로 가상화폐 관련 산업만 우대한다는 지적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도권 금융도 육성해야 할 분야인데 가상화폐 산업만 느슨하게 규제한다"며 "은행 또는 증권사의 규제를 풀어줄 것이 아니라면 가상화폐 산업도 똑같은 규제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례 되는 가상화폐 업권법…우후죽순 업권법 만들어질 우려도
가상화폐 업권법이 만들어지면서 가상화폐만을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향후 새로운 분야가 나타날 때마다 업권법 제정을 요구한다면 법체계가 중복되거나 엉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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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자본시장법에 가상화폐를 포함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가상화폐 업권법이란 선례가 만들어졌다"며 "앞으로 가상화폐 외에 새로운 존재가 나타나 업권법 제정을 요구해도 선례가 있기 때문에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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