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부실·유리천장…금융권, 혁신없는 지배구조
ESG 핵심 '지배구조' 개선 노력 저조
내부통제·경영투명성 등 여전히 '발목'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송승섭 기자] 국내 주요 금융사들이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가운데 ‘G’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저조한 평가를 받는 것은 경영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특히 내부통제 결함과 여성임원의 부족, 불투명한 이사회 운영 등 금융사를 향해 꾸준히 제기되는 경영 시스템과 관련한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ESG 경영’은 요원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부실한 내부통제, ESG ‘발목’=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주요 금융사들의 ESG 경영 현황을 평가할 때 특별히 주목하는 요소는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다. 다른 기업과 달리 금융사의 경우 내부통제 기능이 부실하거나 오작동하면 금융소비자들에게서 끌어모은 자본이 직접적으로 훼손되고 금융산업의 신뢰 자체가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라임ㆍ디스커버리 등 부실 사모펀드 사태로 논란을 일으킨 하나은행·우리은행·IBK기업은행 등이 지배구조 부문에서 B등급을 받는 데 그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앞서 법원이 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은행장 중징계를 둘러싼 재판에서 은행의 내부통제 문제를 질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당시 재판부는 "금융규제의 완화는 내부통제의 강화를 통한 규제의 민영화 또는 규제의 내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는 외부적 규제의 완화 정도와 비례해서 강화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국내 금융기관에 내부통제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금융기관이 예금자 등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도외시한 채 그 실적만을 좇거나 경영진이 그 욕망에 따른 의사결정을 하는데도 그 탐욕에 제동을 걸어 줄 수 있는 실효적인 자율적 내부통제수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유리천장, 이사회 불투명성도 여전=지배구조 선진화의 또 다른 측정 잣대인 여성의 경영참여 또한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임원 117명 중 여성은 8명(6.83%)에 불과했다. 총 33명의 등기임원 중 여성은 2명에 그쳤고 84명의 미등기임원 가운데 여성은 6명 뿐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등 금융기관의 경우 다른 업권에 비해 훨씬 더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경영구조를 필요로 하는데 실제로는 매우 보수적인 조직문화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라면서 "여성의 약진을 가로막는 ‘유리천장’ 또한 다른 어떤 업권보다 강고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투명한 이사회 운영 역시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조차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할 때 이사별 제시 안건, 찬성 유무, 발언 내용 등을 모두 비공개하는 것이 이 같은 문화의 한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세계적인 석학 등 전문가들은 ESG 항목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지배구조 부문이라고 강조한다. 마이클 쉐런 영란은행(BOE) 수석고문은 올해 상반기 아시아경제가 주최한 ‘제10회 2021 서울아시아금융포럼’에서 "하비 와인스타인은 직원과 고객을 함부로 대하고 부당한 일을 저질렀는데, 이사회가 잘못을 알았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결국 기업은 파산하고 주식은 휴짓조각이 됐다"고 말했다.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시킨 유명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처럼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는 지배구조 환경에서는 환경(E)이나 사회(S) 등 다른 부문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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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사 사내이사ㆍ사외이사는 안건만 내면 99% 통과시키는 식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연임 여부가 달려있으니 은행의 의사에 맞춰 반대 의견없이 동의가 계속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또 "금융기관의 사고가 최근까지 발생하고 있음을 보면 윤리경영을 위한 내부통제 기준도 더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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