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은 예측 불가…기후변화·저출산은 대비할 수 있어
인구변화는 국가 소멸 위기…예견된 경제위기 다가와
세대별 특화 도시 조성해야…고령친화 건강도시부터 시작

[이명호의 미래당겨보기]세대별 도시 이동, 인생 2모작 도시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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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예측은 어렵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얽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미래는 위기와 동시에 기회로 다가온다. 비가 오면 우산이 잘 팔리고 더우면 부채가 잘 팔려 우산 장사와 부채 장사의 희비는 엇갈린다. 그래서 우리는 우산과 부채를 같이 팔아 리스크를 줄이려 한다. 물론 자본 투자(구매 수량, 진열 공간)도 더 늘어나야 하고 동시에 2개를 팔지 못하니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줄어들게 된다.


코로나19 위기는 대표적 사례다. 전통적인 상거래는 위기지만 온라인 시장은 오히려 활황이다. 그렇다면 위기를 예측할 수 있었을까? 사스와 메르스 사태를 되돌아보면 전염병의 유행 가능성은 커졌지만 그 시기를 예측할 수는 없었다. 예측에는 시점이 중요하다. 항상 내일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고 준비하면서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시점이 예측 가능한 사건도 있다.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다. 이런 문제는 예견된 시점이 됐을 때 어떤 현상이 벌어질지 알지만 대비에 소홀하게 된다. 당장 지금의 문제가 아니고 서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미루게 된다.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라는 인구 변화는 어떤 위기를 가져올 것인가? 우선 국가 소멸의 위기다. 최근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5100만명의 인구가 100년 후인 2117년에는 1500만명으로 줄어든다. 인구 100만명 이상 광역시·도 100년 후 서울·경기만 남게 된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정상적인 도시 기능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 같은 전망의 근거는 출산율 저하다. 2018년 합계 출산율 0.98명이 근거가 됐다. 3년 지난 지금 0.82명 수준으로 더 줄었다. 인구 감소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현재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체 출산율은 2.1명이다. 우리나라는 그 기준의 반도 안되고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현재까지 1.3명 미만으로 지속되고 있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1970년대 4.54명에 달했던 출산율은 30년 만인 2002년 초저출산 수준이라고 하는 1.3명으로 낮아졌고 감소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인구 증가는 우리 경제 성장의 중요한 요인이었다. 1960년대 2500만명이던 인구는 높은 출산율로 급격히 증가해 2017년 5100만명으로 2배가 됐다. 젊은 인구와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경제 규모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생산가능인구는 2018년 3700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줄어드는 중이다. 2015년 생산가능인구 비율(73.2%)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총부양비는 2017년 36.7명으로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었다. 이는 우리나라 경쟁력의 강점이었다. 그러나 이제 반대로 전환되고 있다.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인구(유소년·고령인구)인 ‘총부양비’가 2017년 36.7명에서 2038년 70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056년에는 100명을 넘어 근로자 한 명이 고령인구 한 명 이상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예견된 경제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저출산의 원인은 결혼과 자녀 부양에 따른 주거비, 양육비, 교육비와 동시에 혼인연령 청년의 경쟁력(취업과 승진) 저하에 대한 우려다. 출산율의 지역별 차이를 보면 뚜렷하게 알 수 있다. 2018년 기준 합계출산율 0.92명을 지역을 구분해서 보면 비수도권 지방 1.01명, 수도권 0.85명, 수도권 중에서 서울 0.72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일자리가 많아 청년과 경제활동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은 오히려 출산율이 낮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인구가 몰릴수록 경쟁이 높아진다. 높은 경쟁은 결혼과 출산을 미루게 한다.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는데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출산율 저하의 위기가 먼 시점에 나타난다면 고령화는 지금 당장 닥친 문제다. 2020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15.7%에서 계속 증가해 2025년 20.3%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2050년에는 40%에 이른다. 고령화 현상은 부양비, 의료비 증가를 동반한다. 우리나라 인구 급증은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당시 베이비붐에 태어난 이들이 노령 세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들 중 절반 이하는 상대적 빈곤층으로 20년 이상의 여생을 살게 된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44.0%로 OECD 가입국들 대비 2배 이상이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06년 저출산 대책 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2020년까지 15년 동안 190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출산율 수치가 보여주듯 정책은 실패했다. 신혼부부 주택부터 육아비 지원까지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지만 상황은 악화됐다. 앞의 조사에서 본 것처럼 인구 집중이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인 까닭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 집중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세대별, 라이프사이클별 인구 이동 정책을 실시하는 방안을 제안해 본다. 대학 진학과 일자리를 위해 수도권으로 이동한 청·장년 세대가 은퇴 연령층이 되면 수도권에서 지역 건강도시로 이동해 사는 방안이다. 청년층의 지방 분산을 위해서는 좋은 육아시설과 학교, 양질의 일자리 등 투자해야 할 것이 많고 주로 민간 영역이다. 반면 노령층 이동을 위해서는 좋은 병원과 평생학습기관 정도면 충분하다.


유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에 필요한 시설을 도시에 갖추는 건 비용이 많이 들고 효율성도 떨어진다. 세대별로 특화된 도시를 만들어 비용을 낮추고 도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수도권 고밀도의 바람을 빼는 고령친화 건강도시부터 시작하면 된다. 건강한 여가 활동과 함께 주 2~3일, 하루 4시간 이하의 일자리가 있는 도시는 충분히 자급자족할 수 있다. 1960년대에 출생한 고령세대는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이끈 세대다. 이제 고령화 시대라는 새로운 과제가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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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사)미래학회 부회장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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