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침입자들의 세계
"감염성 질환은 이제 대부분 끝이 보인다."
모두가 마스크를 써야 하고, 백신을 안 맞으면 밤에는 3명 이상도 모이지 못하는 지금 와서 들으면 누구나 코웃음을 칠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몇 년 전도 아닌, 무려 50년 전인 1969년 윌리엄 스튜어트 미국 공중보건국장이 했던 말이다. 스튜어트 국장이 이 말을 한 당시는 기존 감염성 질환들에 대해 항생제와 백신이 큰 효과를 거두며 전염병을 모두 정복할 수 있을 것이란 오만에 가득한 시기였다. 볼거리(이하선염), 홍역, 풍진 등 대부분의 바이러스 질환이 백신의 개발로 효과적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신종 바이러스’들이 대거 출현하면서 이는 환상에 불과했단 게 입증된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를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와 에볼라 바이러스를 시작으로 신종인플루엔자(AI),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을 거쳐 코로나19까지 수많은 바이러스들이 발견돼 수많은 사상자를 낳았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통해 인류가 재앙만을 겪지는 않았다고 역설한다. HIV 바이러스 등을 통해 인류는 감염성 질환을 다시 경계하게 됐고, 면역세포인 T세포를 재발견하게 되는 등 의과학의 발전을 다시 일구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역시 최초의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이 출시됐듯이 신종 바이러스 출현 시 보다 빨리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어느 바이러스에도 효능을 보이는 ‘보편 항바이러스제’와 ‘보편 백신’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상상력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해답을 찾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는 코로나19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저자는 AIDS가 우리에게 다시 알려준 T세포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다. 백신에 의해, 또는 기존의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기억 면역’을 구성하게 된다면 언젠가는 코로나19 역시 여느 감기처럼 될 것이란 것이라는 희망을 저자는 우리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이러한 신속한 대응은 우리에게 또 다른 난제도 남기고 있다. 지나칠 정도로 빠르게 개발됐다는 이유로 ‘나중에 안전해지면 맞겠다’는 이들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성인 미접종자 580만명 중 불과 9%만이 접종을 추가 신청하는 등 여전히 백신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이다. 접종을 받으면 식욕이 늘거나 남녀의 생리현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부터 백신을 맞으면 전자칩이 몸 안에 심어진다는 황당무계한 소리까지 떠도는 지경이다. 사실 이러한 백신에 대한 거부감은 현재의 일만은 아니다. 마치 제너가 개발한 최초의 백신이 소가 걸리는 우두농을 이용했다는 이유로 이를 맞으면 사람이 소로 변한다는 괴담이 돈 것처럼 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우리 서로가 서로의 환경"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면역은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점을 일깨우는 것이다. 우리가 마스크를 쓴 것이 자신뿐만이 아닌 서로를 위한 것이었듯이 백신 역시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점이다.
몇십 년 후를 돌아본다면 과연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책에서 다룬 수많은 과거 또는 현재의 감염병들이 그러했듯이 코로나19 역시 우리에게 기억 면역을 형성할 것이란 점이다. 다음 ‘질병 X’가 닥쳐올 때 더 나은 사회적 시스템과 과학적 능력을 갖춘 사회로 진화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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