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막오른 기시다 시대…'3A' 그림자 벗어날 수 있을까
당내 실세 '3A(아베·아소·아마리)'
파벌 지지기반으로 고노 이겨
조부때부터 세습 정체인 출신
코로나 대응·경제부흥 숙제
▲29일 기시다 후미오 전 외무상이 제 27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됐다. 기시다는 다음달 4일 임시국회에서 100대 일본 총리에 오를 예정이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일본 정치 특성상 집권당의 대표가 총리로 선임된다. 일본(도쿄)=AFP·지지통신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한일 위안부 합의'의 주역 기시다 후미오(64)가 스가 요시히데 총리에 이어 차기 일본 총리에 내정됐다. 단단한 당내 지지기반으로 고노를 누르고 자민당 총재직에 올랐지만, 대중적 지지가 약한만큼 스가 내각과의 차별점을 확실히 보여주지 못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엘리트코스 밟아온 '정치 금수저' = 기시다 후미오는 1957년 도쿄 시부야에서 태어나 일본 최고의 명문고 가이세이고를 졸업했다. 집안이 대대로 도쿄대 출신으로, 그 역시 도쿄대를 목표로 삼수를 했지만 실패하고 와세다대 법학부를 나왔다. 이후 일본 장기신용은행(현 신세이은행)에서 외환담당 은행원으로 일하다 아버지인 기시다 후미타케의 비서로 일하며 정치감각을 키웠다. 부친 사망 이듬해인 1993년에는 부친의 지역구인 히로시마현에 출마해 승리하며 정계에 입문, 9선을 지냈다.
기시다 후미오는 일본 정가의 대표적인 '금수저'로 꼽힌다. 조부때부터 이어져 온 전형적인 세습 정치인이자, 당 내에서도 총리 4명을 배출한 명문 파벌 '기시다파' 출신이다. 조부는 부동산과 백화점업을 하다 정계에 입문한 기시다 마사키 전 중의원 의원이고 부친은 중소기업청 장관을 지낸 기시다 후미타케 전 중의원 의원이다. 미야자와 요이치 전 경제산업상이 사촌형이다. 이 같은 배경 덕분에 젊은 의원들을 비롯해 대중적 지지 기반이 탄탄한 고노를 누르고 총재직에 오를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파벌 정치로 총재 올랐지만…과제도 첩첩산중 = 기시다가 파벌 정치를 등에 업고 총재직에 올랐지만, 이는 기시다가 풀어야 할 대표적인 숙제로 꼽힌다. 기시다는 자민당 내 실세로 꼽히는 3A의 지지를 얻어 승기를 거머쥘 수 있었다. 3A는 극우 성향으로 맹우 관계인 아베(Abe) 전 총리, 아소(Aso) 부총리, 아마리(Amari) 회장의 영어 이름의 첫 글자를 따 3A로 불린다. 아베 전 총리는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96명)를, 아소 부총리는 두 번째로 큰 아소파(53명)를 이끌고 있다. 아마리 회장은 당초부터 기시다를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벌 정치를 통해 총재직에 오른 기시다는 막후 실세 '3A'의 입김이 미칠 수 밖에 없어 자민당 개혁을 내건 기시다에게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대중적 지지를 얻은 고노가 아닌 기시다가 선출되면서 결국 파벌이 좌우한다는 회의론이 번지며 민심이 돌아설 위험도 있다.
기시다가 코로나19 부실 대응으로 지지율이 급락해 불명예 퇴진하는 스가 총리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코로나19 대응과 동시에 경제부흥을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파벌 정치로 총재직에 오른 만큼 이를 성공적으로 이뤄내야 스가 내각과의 차별점이 부각되며 대중적 지지 기반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시다는 경제정책에 대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내각 이후 20년간 이어져온 신자유주의를 바꿔 분배를 중시한다"고 공약집에 명시한 바 있다.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도 "새로운 자본주의의 구축을 목표로 한다"며 "전국 곳곳에 성장의 과실을 보낼 것"이라고 언급했다.
◆ 우방국과 관계 중요시하는 기시다…韓日관계 물꼬틀까 = 29일 기시다가 신임 총재에 당선되자 중국은 발빠르게 성명을 내며 양국 간 실질적 협력을 희망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기시다 당선과 관련해 "중·일은 각 영역의 실질적 협력을 심화해 중·일 관계가 정확한 궤도를 따라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이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대만 문제, 쿼드 가입 등의 문제가 있는 만큼 '축하'라는 말은 아꼈다.
바이든 정부 고위 관계자 역시 이날 차기 총리로 선출된 기시다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미·일 협력 강화를 위해 함께 대처해 나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청와대는 뒤늦게 "(일본과의)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다소 원론적 내용의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27일 우리 법원이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외면해온 전범기업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의 국내 자산 매각 명령을 내리면서 양국간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는 상황에다, 위안부 문제, 독도 영유권 문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등 양국간 쌓여온 문제가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시다가 2015년 외무상 재임시절 아베 전 총리를 대신해 '한일 위안부 합의' 서명한 만큼 과거사 문제를 두고 한국 정부의 이행 여부를 문제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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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3각 협력을 강조하는만큼, 일본이 안보협력을 계기로 한국과의 협력의 여지를 남겨둘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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