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한푼이라도 아껴 막대한 부채를 줄여야 할 전력 공기업들이 발전소, 전력망 등 공사 과정에서 세금을 낭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발전 5개사가 저가낙찰로 공사계약을 체결한 다음 착공 후 수시로 설계를 변경, 공사금액을 지난 11년간 4조3000억원 부풀려 왔다. 지난 2010년부터 11년간 30억원 규모 이상인 공사 361건에서 총 1939차례의 설계 변경을 통해 최종 공사대금이 15조1612억원으로 최초 계약금액(10조8532억원) 대비 크게 불어났다.


공사, 정비 등 과정에서 하자 발생 또는 추가 공사 필요성, 규제환경 변화 등으로 공사비가 늘어날 순 있다. 그러나 공사 1건당 5.2회꼴로 설계를 변경, 공사비를 무려 40%나 더 지출한 사례는 납득하기 어렵다. 민간기업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 사옥, 사택, 직원 골프장 공사 설계도 수시로 변경해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백억원 공사비를 늘렸다. 전력 공기업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착공 후 설계변경은 이사회 보고·의결 절차가 필요없거나 쉽다는 점을 이용해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전과 발전공기업들의 부채는 지난해 132조원에서 2025년 16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한전은 정부 지분율이 50% 이상(산업은행 32.9%·기획재정부 18.2%)인 공기업이다. 결국 전기요금을 앞으로도 수차례 올리고 세금을 투입해 적자를 보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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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회에서 이 같은 지적을 받은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에도 국감에서 지적이 됐지만 당장 올해에만 96건의 공사에서 설계변경이 이뤄졌다. 국감의 지적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철저한 사전 설계가 우선이지만 결국 고치지 못하고 관행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132조원에 달하는 빚은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메워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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