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 “최근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만 앞세우면 비효율적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간과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표 발의한 일명 ‘ESG 4법’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경제단체들은 “ESG가 기업에 있어 최대의 화두가 된 상황에서 기업은 ESG를 이행함에 있어 그 자체의 가치뿐만 아니라 효율성도 중요한 요소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관련 소견서를 국회 소관 위원회들에 제출했다.
ESG 4법은 공공기관운영법, 국가재정법, 국민연금법, 조달사업법의 일부개정안인데, 공공기관의 경영활동, 공적 연기금의 운용, 공공조달 사업 절차에 환경(E)·사회(S)·지배구조(G)를 반드시 고려하고 그 노력의 정도를 평가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이 법안이 기금의 관리·운용의 수익성, 공공조달의 공정성과 효율성,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이라는 핵심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ESG를 강제시키다 보면 효율성이 떨어지게 돼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할 수 있으니 법으로 강제할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국민연금의 투자를 예로 들면 수익을 많이 내 연금 가입자들에게 많은 돈을 돌려줄 수 있어야 하는데 수익성이 지속가능성에 밀리면 제대로 수익을 낼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일견 맞는 말처럼 들린다. ESG는 대부분 비용 증가를 수반한다. ESG 점수를 높이려면 그만큼 수익성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ESG 때문에 경영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는 게 사실이다. ESG는 어디까지나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할 문제지, 법으로 강제할 문제는 아니란 인식에도 동의한다.
다만 경제단체들의 이번 공개 반발은 여러모로 아쉽다. ESG 4법은 사기업이 아니라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법이다.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기업과 달리 공공기관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공익이다. ESG가 경영의 화두가 된 이유는 ‘지속가능성’ 때문이다. 단기 이익에 매몰되다 보면 미래 세대까지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 ESG 개념이다. 공익을 추구해야 할 공공기관이 효율을 이유로 ESG를 뒤로 미룬다면 우리 기업환경에서 ESG 정착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최근 국내외 기업들의 트렌드와도 맞지 않다. 올 들어 하루라도 기업들의 ESG 관련 뉴스가 안 나오는 날이 없을 정도다. 이달 들어서만 롯데, KCC, 신한금융지주가 잇달아 ESG 성과와 목표에 대한 자료를 냈다. 경제단체들의 주장대로라면 이들의 ESG는 효율성을 희생하지 않는 선에서만 하는 ESG이거나, 이들이 경영의 효율도 잘 모르는 기업이라는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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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의 석유회사인 네덜란드 ‘쉘(Shell)’은 풍력·수소·태양광산업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연간 석유 생산량의 6%(100억달러)를 차지하는 텍사스 유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은 10년 안에 석유와 가스 생산을 줄이고, 신규 국가에서 화석연료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브라질에서 재배한 사탕수수에서 바이오연료를 생산하고 수소에너지 투자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효율성을 따지는 사람들 눈에는 미친 짓으로 보이는 일이겠지만 이게 세계적 기업들의 ESG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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