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는 이야기 재생산한다" 누리꾼들 비판
글 게시 4시간여 만에 비공개 전환

국토교통부가 어린이기자단 명의로 블로그에 올린 '민식이법' 관련 게시글 / 사진=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국토교통부가 어린이기자단 명의로 블로그에 올린 '민식이법' 관련 게시글 / 사진=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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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국토교통부가 '민식이법'을 악용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민식이법 놀이'에 대한 게시글을 올렸다가, 아동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커지자 삭제했다.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민식이법은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교통사고를 낼 경우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


18일 오전 9시께 국토교통부는 공식 홈페이지 블로그에 '민식이법 놀이가 유행?! 스쿨존 주의사항 알려드림'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 글은 어린이기자단 명의로 게재된 글로, 최근 민식이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면서 '민식이법 놀이'에 대해 언급했다.

민식이법 놀이는 온라인 공간에서 스쿨존 내 운전자를 위협하는 일부 아동들의 행동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볼 수 없는 사각지대에서 갑자기 뛰쳐나오거나, 서서히 주행하고 있는 차량을 향해 달려가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글을 접한 일부 누리꾼들은 "아동혐오를 조장하는 내용"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한 '트위터' 유저는 "온라인상에서 떠도는 근거 없는 이야기를 정부 부처 홈페이지에서 확대 재생산한다"라며 "충격을 금치 못하겠다"라고 질타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아동혐오를 조장하는 글을, 그것도 어린이기자단 이름으로 내다니 제정신이냐"라며 "당장 삭제하라"라고 촉구했다.


경기 하남시 어린이집 인근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 / 사진=연합뉴스

경기 하남시 어린이집 인근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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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커지자 국토교통부 측은 게시 4시간 만인 오후 1시께 블로그 글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민식이법이라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은 지난 2019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뒤, 지난해 3월25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안들은 스쿨존 내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 가중처벌 등의 조항을 담고 있다.


그러나 민식이법이 통과된 이후 일각에서는 가중 처벌 조항이 지나치게 가혹하고, 어린이 교통사고 책임을 운전자에게 전가하는 부당한 법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는 일부 아이들이 민식이법을 악용해 되레 운전자를 위협하는 '민식이법 놀이'를 하고 있다며 주장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민식이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35만건이 넘는 동의를 받기도 했다.


민식이법 개정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35만건 넘는 동의를 받기도 했다. /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민식이법 개정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35만건 넘는 동의를 받기도 했다. /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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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청원인은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피하기 힘든데도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며 "어린이 교통사고 원인 중 횡단보도 위반이 20.5%로 성인에 비해 2배 높은데 운전자에게 무조건 예방하라고 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법안 개정을 촉구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민식이법 놀이가 실체 없는 일화에 기반한 소문일 뿐이며, 이같은 소문이 퍼지면서 아동혐오가 조장된다는 반박이 나왔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지난 6월 성명을 내고 "한 유튜버가 '민식이법 놀이'라며 공유한 영상을 언론이 인용 보도하면서 공중파 방송으로 이어졌다"며 "교통사고 희생자의 이름을 부적절하게 언급하는 것은 심각한 2차 가해로 공공기관 및 언론인들의 시정과 각성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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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운전자 위협 행위는 아동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마땅히 하지 말아야 하는 위험한 행동임에도, 교통사고 피해자였던 고인의 이름에 오히려 가해자성을 부여해 '민식이법 놀이'라고 불렀다"라며 "그 심각성을 축소한 명백한 혐오 표현"이라고 질타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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