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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취임식을 갖기도 전인 지난 1월말, 구치소부터 찾은 신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모습은 신선했다. 전임 장관이 검찰총장 징계에만 몰두해 교정시설 집단감염 사태를 방치했다는 힐난을 받은 점을 의식한 것으로도 비춰졌다. 생채기투성이가 된 검찰보다 ‘민생이 먼저’라는 의지만은 잘 전달됐다.


5개월이 지난 지금,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하는 박 장관의 모습은 ‘선택적’으로 보인다. 전파 속도가 더 빨라진 델타 변이까지 확산된 상황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대규모 불법 도심 집회를 강행했다. 그러나 ‘법질서 확립’을 비전으로 내건 법무부의 수장은 단 한 줄의 경고 메시지도 없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8월 보수단체 집회 직후 "공권력은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며 그런 공권력이 살아있다는 걸 보여줘야만 국민들도 신뢰할 수 있다"며 "최고의 법정형을 구형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집회 인원이 어떻게 동시다발적으로 동원됐는지에 대한 배후와 사전 모의에 대해서도 수사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런 추 전 장관을, 당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범계 의원은 더 몰아세웠었다. 방역 방해 행위에 대해 "전광석화 같은 수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방역 방해 행위의 정도와 위험성이 어느 정도고 향후에 정부의 방역 대책과 관련해서 어떤 위험성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국민들에게 얘기를 해달라"는 구체적인 주문도 걸었다. "대통령만 매일같이 안타까워하신다"는 말도 같은날 박 장관의 입에서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에는 집회가 끝나고 이틀이 지나서야 ‘민노총’은 언급도 않은 채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짧은 메시지만 내놨다.

지난해 보수단체 집회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 반사회적 범죄"라며 강력한 대응을 지시했다. 당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살인자’라는 표현까지 썼다. 이에 견줘 이번 정부 대응을 ‘선택적 방역’으로 부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박 장관도 ‘선택적 민생’라는 시각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취임 100일간 15번의 현장 방문, 23곳을 점검했어도 법무부 장관으로서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방역 위반 행위를 전후로 강경한 입장을 보였어야했다. 전날 외국인 밀집지역을 찾아 시민들에게 방역수칙을 준수해달라고 마스크를 전달하며 당부했지만 불법 행위를 도외시한다면 비판은 면키 어렵다.


박 장관은 문 정부 검찰 개혁의 ‘마무리 투수’를 자임하면서 신임 검찰총장과의 힘겨루기와 검찰 내 반발을 견뎌냈다. 직제개편에 이어 역대급 검찰 인사도 치러냈다. 하지만 ‘법질서 확립’이라는 법무부 비전으로부터 더 이상 멀어지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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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보수단체 집회에 대해 "왜 서초동은 조용하냐, 관심이 없냐"며 검찰까지 비난했던 박 장관이다. ‘정치인 출신 장관’이지 지금은 정치인은 아니다. 대상에 따라 불법집회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대응이 다르다면 어떤 국민이 방역 대책을 믿고 따르겠는가.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가시권으로 접어들며 국민들의 피로도는 더 겹겹이 쌓이고 있다. 민생을 책임지겠다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내로남불’ 지적을 받기 싫다면 본인의 말처럼 공존의 이름으로 마지막 선을 넘는 행위를 경계해야 한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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