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가끔 미국 전쟁영화에서 포탄이 한없이 쏟아지는 전쟁터를 두고 "마치 7월4일 같다"란 대사가 나오곤 한다. 미국에선 매해 7월4일 독립기념일에 전국에서 대대적인 불꽃놀이 행사를 하는데 그 소리가 얼마나 시끄럽고 요란한지 전쟁터에서 포탄 터지는 소리 같다고 해서 자주 쓰는 표현이라고 한다.
정부 공식 행사 외에도 각 지역 주민들이 한 달 전부터 폭죽을 사서 모았다가 독립기념일 주간에 모두 터뜨리는 바람에 참전용사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도 영향을 끼칠 정도라고 한다. 올해도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아 로스앤젤레스에선 2t이 넘는 불법 폭죽을 수거한 차량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는 1776년 미국 독립 당시부터 시작됐다고 하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불꽃놀이에 쓰이는 폭죽은 대부분 중국산 폭죽으로 알려져 있다. 예로부터 전 세계 폭죽 생산의 90%는 중국이 담당했는데 지난해와 올해는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봉쇄조치로 중국 화약공장들이 대거 문을 닫으면서 미국에서도 폭죽 구하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전해진다. 미·중 패권다툼 속에서도 폭죽 같은 소모품은 여전히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미국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막대한 불꽃놀이용 폭죽 중 정작 수출물량은 전체 생산량의 2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중국산 폭죽이 대부분 내수용으로 소모되는 이유는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이 보통 1년에 한두 번 대규모 행사 때나 불꽃놀이를 하는 데 비해 중국은 1년 내내 불꽃놀이가 쉬질 않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이렇게 불꽃놀이를 사랑하게 된 이유는 처음으로 불꽃놀이를 공식행사에 쓴 인물인 수나라 양제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수 양제는 서기 7세기 100만 대군으로 고구려를 침공했다가 참패해 천하를 잃었다고 알려진 인물로 즉위 직후 자신의 연호를 ‘대업(大業)’이라 짓고 연호에 걸맞게 대규모 축제일을 잔뜩 만들어 1년 내내 불꽃놀이를 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게 1300여년간 풍습으로 정착되면서 중국인들은 결혼이나 이사, 개업 등 개인 경조사 때도 폭죽을 터뜨리게 됐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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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년 중국사에서도 최악의 폭군이라 불리는 인물이 만든 불꽃놀이가 민주주의의 첫 발걸음을 축하하는 행사로 정착된 아이러니는 오늘날의 미·중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 회담 도중 마오쩌둥 중국 주석이 했다는 말은 여전히 의미심장하다. "현명한 우리 조상들은 화약을 발명해 불꽃놀이를 했지만 총기 따윈 만들지 않으셨고, 나침반을 발명했지만 콜럼버스처럼 미국 같은 나라를 발견하려 노력하진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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