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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박태훈 "왜 다 똑같은 최신영화 봐야해?"…취향존중 플랫폼 꽃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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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신가 릴레이 기고 ④왓챠 박태훈 대표이사

편집자주코로나19 확산 이후 ‘디지털 경제’는 우리의 삶 속으로 성큼 들어왔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비대면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쇼핑을 하며 생활하는 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익숙한 일상의 모습이 됐다. 이 변화는 거저 주어진 팬데믹의 부산물이 아니다. 삶의 양식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 이 변화의 바탕에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과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디지털 혁신가’가 있다.

이들이 제시한 비즈니스 모델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 받으며 이제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창간 33주년을 맞아 국내에서, 글로벌 무대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5명의 디지털 혁신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박태훈 왓챠 대표

박태훈 왓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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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한 지 10년째다. 그 사이 많은 지인들이 창업에 대한 조언을 청했다. 나의 조언은 언제나 "창업 하지마"였다.


창업을 하면 안 될 99가지의 이유가 있다. 그러나 창업을 하는 사람들은 그 99가지의 이유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해야만 하는 한 가지 이유를 찾아낸다. 주위에서 아무리 말려도 어차피 할 것이다.

나는 카이스트(KAIST) 신입생 시절부터 넥슨에서 개발자로 산업기능요원을 하던 시절까지 굉장히 많은 창업 아이템들을 엑셀 파일에 차곡차곡 저장해두고 있었다. 엑셀에 정리한 수많은 창업 아이템을 관통하는 기술적 키워드는 ‘개인화’ ‘자동화’ ‘추천’ 등 세 가지였다. 왓챠는 결국 기술의 흐름이 이 세 가지로 진화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시작한 테크 스타트업이다.


영화가 개인의 취향에 기반한 자동화 추천에 가장 적합한 분야라고 보고 여기서 시작했다.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머신러닝 기술을 도입해 추천엔진을 개발했다. 왓챠는 이제 6억개가 넘는 콘텐츠 데이터를 통해 예상 별점을 제공하고, 개인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킬 수 있는 9만여편의 콘텐츠를 공급하고, 여기에 더해 이제는 데이터에 기반한 콘텐츠 개발과 수급까지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아이템들이나 기술 트렌드가 창업을 하게 된 이유는 아니다. 내가 창업을 한 한 가지의 이유는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세상은 모두에게 같은 걸 강요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꾸겠다거나 하는 거창한 꿈은 아니었다. 그저 ‘세상에는 다양한 취향의 사람들이 있는데, 왜 다 똑같은 최신 영화를 봐야 하지’라는 불만이었다. 조금이라도 다양한 취향이 존중받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는 열망이 있었다.

해서는 안 될 99가지의 이유에도 불구하고 해야만 하는 하나의 이유 때문에 창업을 했다면, 이제 하고 싶은 하나의 일을 하기 위해 99가지 하기 싫은 일들을 해야 한다.


하기 싫은 일들을 하는 것은 창업가 자신과 스타트업의 성장에 직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하기 싫은 일들을 해나가는 과정은 자신의 부족함과 약점을 알게 해주고, 그것을 보완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영수증 정리를 하거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자질구레한 일들부터 모두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모두에게 적용되는 하나의 규칙을 만드는 아이러니한 일이나 냉담한 투자사들을 찾아가 설득을 하는 것, 사업을 키우기 위해 돈을 벌어들이는 일들 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가설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새로운 가설로 수정하는 일을 수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고, 우리의 가설이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투자자들의 우려와 비난, 믿고 따라 준 동료들의 실망을 맨몸으로 받아야 한다.


왓챠 역시 수많은 실패를 반복했다. 예를 들면 왓챠피디아 서비스 론칭 후 이용자 수 등에서 성공적인 수치를 보이자,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이용자들과 소통하고 영화 관련 코멘트를 공유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능을 추가했다. 하지만 유저들의 반응과 서비스 통계 지표를 살펴보니 실패였고 많은 유저를 떠나보내야 했다. 양질의 빅데이터를 확보하면 수익화는 다양한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될 것이란 가설 역시 보기좋게 빗나갔고, 망하기 직전까지의 위기에 빠진 적도 있다. 물론 이런 실패 뒤에 왓챠피디아의 본질에 더 집중하게 되고, 왓챠를 론칭해 OTT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계기가 되었으니 한 단계 성장하게 만든 매우 값진 실패였다고 할 수 있다.


창업을 했던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지금은 기술을 통해 훨씬 더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고 세상이 더 다양화됐다. 콘텐츠시장에서는 ‘대중적인 콘텐츠’라는 개념이 과거보다 힘을 잃고, 이제 개인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고 찾는 것이 시장의 화두가 됐다. 내가 하고 싶던 한 가지가 조금씩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하고 싶은 한 가지를 위해, 하기 싫지만 해야만 하는 일들에 묻혀 있다. 현재 왓챠의 비전과 목표인 ‘모두의 다름이 인정받고,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는, 더 다양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하기 싫은 일들 속에서 나와 왓챠는 성장하고 있다.


왓챠 박태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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