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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불만 있다면서 거의 다 먹어"…'소비자 갑질'에 자영업자 '한숨'

최종수정 2021.06.10 11:50 기사입력 2021.06.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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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불만에 새 음식 보냈더니…빈 그릇 보내온 손님
"확진잔데 가게 가서 침 뱉을 것" 막말에 협박까지
전문가 "별점테러, 소비자 당연한 권리 아냐"

고양시의 한 마라탕 가게 사장이 고객의 항의에 새로운 음식을 보내주고 돌려받은 그릇이라며 올린 사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고양시의 한 마라탕 가게 사장이 고객의 항의에 새로운 음식을 보내주고 돌려받은 그릇이라며 올린 사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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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최근 배달 음식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배달 과정에서 벌어지는 소비자의 악의적 행동으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늘고 있다.


음식에 문제가 있다며 불만을 제기해 놓고 다 먹은 빈 그릇을 돌려보내는가 하면, 한 소비자는 주문을 했다가 잠이 들어 음식을 못 받은 탓을 업주에게 하는 등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의 갑질 행동이 심각해지고 있다. 전문가는 자영업자를 블랙 컨슈머로부터 보호할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 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달 거지에게 당했다'는 마라탕 가게 사장 A씨의 글이 올라왔다. 고양시 일산동구에서 가게를 운영한다는 A씨는 음식에 문제가 있다는 고객 항의에 새로운 음식을 재배달해줬으나, 돌려받은 배달 음식의 그릇에는 내용물이 거의 비어있었던 사연을 털어놨다.


그는 "6일 오후 8시10분 배달 앱으로 주문을 받았다"라며 "도착시간을 50분으로 설정했고 시간에 맞춰 배달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이후 음식을 받은 손님이 "마라탕에 포함된 옥수수면이 다 퍼져있고, 매운맛이 약하다"고 불만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A씨는 배달 시간과 요리법을 준수했으나, 손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내용물과 육수를 따로 포장해서 재배달해주기로 했고, 확인 차원에서 "먹던 음식을 배달 기사에게 다시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손님이 "음식을 살짝 먹었다"고 했지만, A씨는 "조금만 드셨다길래 괜찮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그러나 A씨가 돌려받은 그릇은 내용물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주문표에는 팽이버섯, 당면, 숙주, 메추리알 등 여러 재료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릇에는 국물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A씨는 "배달 앱 고객센터로 전화해 (상황을) 말했더니 이미 (업주가) 조치(다시 배달)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또 상담원이 손님에게 전화했지만 수신 거부를 했다고 전했다. A씨는 "뉴스에서나 보았던 배달 거지가 이런 거구나. 사람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느냐"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배달 음식을 주문한 소비자에게 갑질을 당했다며 소비자와 통화 녹취 파일을 공개한 업주 사연./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배달 음식을 주문한 소비자에게 갑질을 당했다며 소비자와 통화 녹취 파일을 공개한 업주 사연./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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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최근 한 소비자가 배달 음식을 주문했다가 잠이 들어 못 받은 일을 업주에게 분풀이하는 일도 있었다. 원주에서 수제버거집을 운영하는 B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4시51분께 배달 앱을 통해 햄버거 2개 배달 주문을 받았다. 약 30분 뒤 주문자 집 앞에 도착해 벨을 눌렀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B씨는 "전화도 일곱 통이나 했는데 받지 않아서 문고리에 햄버거를 걸어두고 문자를 남기고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달 앱 측에 이런 상황을 설명하니 3시간 뒤까지 고객의 연락이 없으면 폐기해야 한다고 해서 시키는 대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B씨는 다음날 새벽 5시에 코로나19 환자이며 자신을 교사라고 밝힌 주문자 C씨에게 협박 메시지를 받게 됐다. B씨에 따르면 C씨는 "여자 혼자 개와 살면서 배달 음식 주문할 때 개들이 짖을까 봐 문 두드리지 말고 문 앞에 놓고 문자를 달라고 꼭 써 놓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B씨가 받은 주문 사항에 이 같은 메모는 남아있지 않았다.


B씨는 C씨에게 배달 앱 방침을 설명했으나, C씨는 계속 환불을 요청했다. B씨가 이를 거부하자 C씨는 심지어 "나 코로난데 마스크 벗고 거기 가서 기침 좀 할까요?", "가게에 침 막 뱉고 올 테니 기다려 보세요" 등 막말을 하며 B씨를 협박했다. B씨는 "C씨가 찾아올까 봐 노심초사하며 경찰서에 신고했는데 경찰에서도 시큰둥한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한 소비자가 배달 어플에 올린 후기. /사진=배달앱 '배달의 민족' 화면 캡처

한 소비자가 배달 어플에 올린 후기. /사진=배달앱 '배달의 민족'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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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갑질 소비자들을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한 누리꾼은 "기본적인 매너라는 것이 없는 사람들인 것 같다. 요청 사항도 점점 더 많아지고 업주는 이런 요구를 다 챙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언제든 소비자에게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소비자의 요구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적당히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누리꾼은 "소비자가 불만을 제기하면 업주로서는 이런 요구를 안 들어줄 수가 없다. 악성 리뷰가 달릴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장사에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라며 "이런 걸 알고 블랙 컨슈머들이 더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 이런 플랫폼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블랙 컨슈머에 대응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관련 협회, 정부 기관 등이 나서서 블랙 컨슈머 유형을 정리해 이에 대처할 수 있도록 논의가 필요하다"라며 "업주 개개인이 이런 행동에 대응하기는 어렵다. 악의적인 리뷰나 과한 요구를 했을 때 경고를 매기거나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 벌금까지 물게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별점 테러를 하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가 아니다. 지금 배달 문화에선 이런 블랙 컨슈머들로 인해 다른 선량한 소비자들까지 결국엔 피해를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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