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 대학 중 54%, 논·구술에 고교 과정 밖 문제 출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학별 고사 문항 분석 결과
22개 대학 중 12곳이 고교 교육과정 벗어난 문제 출제
일부 대학들은 대학 교육과정에서 문제 내기도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전국 22개 대학 중 12개 대학이 논술·구술 시험에 고교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문제를 출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전국 주요대학 22개 자연계열의 2021학년도 논술·구술 등 대학별 고사 의학·자연계열 수학 문항을 분석한 결과 12개 대학의 출제 범위가 고교 교육 과정을 준수하지 않았다.

2015학년도부터 논술이나 구술 시험에 고교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문제를 출제할 수 없도록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문제 출제 관행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사걱세는 "올해 들어 의대에서 실시한 대학별고사 문제의 난도가 지나치게 어려워 학교 교육과정만으로는 도저히 대비할 수 없다는 민원이 제보돼 의대 고사 문항까지 포함시켜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출제 범위 기준을 지키지 않은 12개 대학은 경희대, 동국대, 서강대, 숙명여대, 연세대(서울), 중앙대, 한양대, 홍익대, 경북대 의대, 부산대 의대, 울산대 의대, 인하대 의대다.

대학별 고사 분석 대상은 서울 소재 14개 대학에서 출제한 163개 문항, 전국 7개 의대 60개 문항, 과학기술특성화대학(1곳) 9개 문항 등 총 232개 문항이다.

서울 소재 14개 대학 중에서는 8곳(57.1%)에서, 총 163문항 중 22개(13.5%)가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났다. 의대 7곳 중 4곳(경북대, 부산대, 울산대, 인하대)에서, 60개 문항 중에는 6개(10%)가 고교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됐다.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을 낸 12곳 중 9곳은 대학 교재에 나온 내용을 출제한 것으로 판명됐다. 9개 대학은 경희대, 동국대, 서강대, 숙명여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 홍익대, 경북대 등이다. 28개 문항 중 18개(64.3%)가 대학 교육과정에서 출제됐다.

사걱세는 "교육부가 선행교육 규제법 위반 대학에 대한 강력한 행정제재를 취해야 하며 재정지원사업 자격 박탈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대학별고사의 법 위반 여부를 심의하는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에 주된 심의 대상인 수학·과학 전문가의 비중을 전체 위원의 2분의 1 수준으로 높이고 학생이나 학부모, 시민사회가 대학별 고사 문제 출제 범위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