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견에 물려 사망한 50대 여성
"남양주 살인견 내가 키우겠다"…안락사 반대 전화도
전문가 "상해 입힌 개 안락사 여부, 여러 요건 고려해야"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50대 여성을 습격한 대형견. 사진제공=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50대 여성을 습격한 대형견. 사진제공=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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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개로 인해 사람이 죽었습니다. 유족을 생각해서라도 안락사 조치해야 합니다.", "안락사시키지 말고 입양하게 해주세요."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50대 여성이 대형견에 물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이 대형견의 안락사 문제를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개 물림 사고는 개를 부주의하게 관리한 견주에게 책임을 물 수 있다. 그러나 이 대형견의 경우, 목줄을 한 흔적은 있으나 아직 견주를 찾지 못한 상태다.

시민들은 개 물림 사고가 이어지는 만큼 사람에게 상해를 입힌 개는 안락사하는 등 관련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동물의 생명권 존중을 이유로 안락사 대신 견주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문가는 개의 안락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선 다양한 요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앞서 지난 22일 오후 남양주시 진건읍 사능리 야산 입구에서 여성 A(59)씨가 대형견에 공격당해 숨졌다.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붉은색 옷을 입은 A씨는 산책을 위해 야산을 올라갔다가 다급히 내려왔다. 이때 문제의 대형견은 A씨의 팔을 물었고, A씨는 버티지 못하며 바닥에 넘어졌다. 이후 개는 더욱 격렬하게 A씨를 공격했고, 개를 떼어내지 못한 A씨는 3분 넘게 개와 사투를 벌였다.


개가 사라지자 A씨는 힘겹게 언덕을 내려왔고, 쓰러진 A 씨를 발견한 공장 직원은 즉시 119에 신고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부검 결과 A씨의 사인은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로 파악됐다. A씨를 습격한 대형견은 몸길이 150㎝, 무게 30㎏가량으로 풍산개와 사모예드 잡종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대형견이 몇 달에 걸쳐 주변을 배회한 유기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인근 사육장에서 탈출했을 것으로 추정됐으나, 사육장 주인은 자신 소유의 개가 아니라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50대 여성을 공격한 대형견 견주를 찾기 위해 배포된 안내문. 사진제공=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50대 여성을 공격한 대형견 견주를 찾기 위해 배포된 안내문. 사진제공=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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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문제의 대형견 안락사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람에게 상해를 입힌 개에 대한 압류나 안락사 규정이 따로 없다. 다만 동물보호단체가 개 주인에게 해당 동물에 대한 안락사를 권하거나 동물보호단체에 양도될 시 안락사 처리하는 경우가 있지만, 강제 규정은 아니다.


특히 이 대형견은 현재까지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유기견으로 분류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기견은 10일이 지나도 주인이나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소유권이 지자체로 넘어가 안락사 절차를 밟는다. 이 때문에 당초 남양주시와 경찰 또한 사건 수사가 마무리되면 안락사 등 처리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두고 일부 시민들은 문제의 대형견이 또다시 사람을 물 수 있다고 지적하며 안락사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직장인 김모(29)씨는 "그냥 대형견이 아니고, 사람을 죽인 개다. 피해 여성을 3분간 계속 공격한 것을 보면 공격성이 상당히 높은 개 아니겠나. 개를 안락사시키지 않는다면 이런 범죄가 또 일어날 수 있다"라며 "또 요즘 개 물림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만큼 강아지 크기에 상관없이 입마개를 필수로 착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년째 도베르만을 키우고 있는 취업 준비생 이모(25)씨는 "나도 강아지를 키우고 있지만, 이런 경우에는 안락사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해자 측 가족들은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나"라며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항상 그 점을 생각하면서 강아지를 키워야 한다"고 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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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지난해 3월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견주는 반려견 안전관리 위반으로 사람을 숨지게 했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다치게 했을 때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다만 상해를 입힌 개에 대한 처리 규정은 따로 없다.


일각에서는 개를 안락사하는 대신 견주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학생 강모(25)씨는 "사건 자체는 안타깝긴 하지만, 개는 잘못이 없다. 애초에 개를 버려두고 간 견주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 아니냐"라며 "견주를 잡아서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 강아지도 어떻게 보면 피해를 당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가운데 애견단체 두 곳에서도 '안락사 반대'의 뜻을 표하며 남양주시에 민원전화를 건 것으로 전해졌다. 한 애견단체는 "해당 개를 맡겨주면 교화시키겠다"고 제안했고, 또 다른 애견단체 역시 "심리치료를 받게 해보겠다"고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는 사람에게 상해를 입힌 개의 안락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여러 요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상해를 입힌 개의 안락사 문제를 쉽게 결정해선 안 된다"라며 "가장 좋은 방법은 문제를 일으킨 개를 교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물은 무의식적으로 같은 행동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에 교화를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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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결국 개의 안락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선 문제를 일으킨 개의 상태나 특성, 주변 환경 등 여러 요건을 면밀히 판단해야 한다"라며 "이번 '남양주 개 물림 사고'를 계기로 개의 안락사 문제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형성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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