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나랏돈이 의원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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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재정당국이 자신들의 곳간만 불리겠다는 부처 이기주의를 버리고 굶주린 백성을 살리기 위한 구휼미를 풀어야 한다."


소상공인 손실보상 제도를 놓고 당정이 평행선을 달리자, 여야 국회의원 117명이 25일 내놓은 공동성명서 내용이다.

문구대로라면 기획재정부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돈을 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 세금으로 채워진 나라 살림을 마치 개인금고로 치부하는 모양새다.


재정이 필요하다면 쓰는 게 맞지만 손실보상의 소급 적용을 요구하는 여야의 성명서는 오히려 곳간을 생각하지 않고 표만 의식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나라 재정은 의원들의 돈인가.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 없이 인기 영합으로 만든 법률은 떼법일 수밖에 없다. 국회는 재정책임에서 자유로운가. 여당의 한 의원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을 10%포인트만 올리면 200조원의 여유자금이 생긴다며 미래의 ‘빚 폭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형평성, 재원, 집행 가능성은 무시한 채 표를 의식해 일단 소상공인에게 인심 한번 써보자는 식의 포퓰리즘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700만명에 달한다.


3권분립도 온데간데없다. 행정부 역시 입법부의 법률을 거부하거나 입법부와 사법부를 견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국회는 대놓고 국회의 고유권한인 입법 과정에 개입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다.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재정준칙은 6개월째 국회에서 공회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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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이 투입될 일은 앞으로도 많다. 저출산 고령화 등의 인구구조와 시장의 변화 등을 감안하면 재정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 번이라도 미래세대인 청년들에게 "이 돈 써도 되냐?"고 물어본 적은 있나. 소급 적용 논쟁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정책을 짜는 게 우선이다. 무작정 손실보상에 저항 말라며 기재부를 질타할 일은 아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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