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 잠자는 카드, 1년 새 100만장 늘었다…"자동해지 규정 폐지 탓"(종합)
휴면카드 자동해지 규정 폐지로 증가세
카드사 일회성 마케팅도 영향
[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 직장인 이서형(35·가명)씨는 최근 스타벅스 별 100개를 적립해준다는 스타벅스 현대카드 이벤트를 보고 카드를 새로 신청했다. 5만원 이상 사용하면 스타벅스 별 100개를 적립해주기에 딱 5만원만 카드를 긁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 씨는 "소위 말하는 혜자카드들이 사라지면서 신규 발급 이벤트로 혜택만 받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카드들이 많다"고 말했다.
카드를 발급하고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휴면 신용카드가 1년 새 100만장 가까이 증가했다. 휴면카드 자동해지 규정이 폐지된 데다 신규회원 모집을 위한 카드사들의 일회성 마케팅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휴면카드가 증가할수록 운영비가 부담되는 만큼 타킷 마케팅 등을 통해 재사용을 유도하고 있다.
2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휴면 신용카드 수는 1159만4000장으로 전체 발급카드의 15.5%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1064만8000장 대비 약 8.9%(94만6000장) 늘어난 규모다. 휴면 신용카드는 최종 이용일로부터 1년 이상 이용실적이 없는 개인·법인 신용카드를 말한다.
2011년 말 3100만장에 육박하던 휴면카드는 2013년 4월부터 업계 표준약관에 휴면카드 자동해지 규정이 들어가면서 2014년부터 5년 간 800만~900만장을 유지하다 2019년 4분기 6년 만에 다시 1000만장을 넘겼다. 이후 지난해 분기별 휴면카드 규모는 1분기 1064만8000장, 2분기 1068만장, 3분기 1107만9000장, 4분기 1146만장으로 증가 추세다.
카드사 별로 살펴보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중 롯데카드가 휴면카드가 가장 많았다. 올 1분기 164만장으로 전체 발급카드에서 휴면카드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14.6%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KB국민카드(148만9000장), 현대카드(122만4000장) 순이었다. 다만 휴면카드 비중은 하나카드가 12.24%(97만5000장)로 롯데카드에 이어 높았다.
카드사, 타깃 마케팅으로 재사용 유도
휴면카드가 늘어난 데에는 금융당국의 휴면카드 자동해지 규제 폐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2019년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카드사들이 경영이 어렵다고 호소하자 '카드사 경쟁력 강화 및 고비용 마케팅 개선 방안'의 하나로 휴면카드 자동해지 규제를 폐지했다. 자동해지로 소비자 불편을 유발하고, 탈퇴회원 증가로 카드사 역시 신규회원 모집을 위한 과다한 모집 비용이 초래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1년 이상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해지했던 규제를 없애고 5년간 휴면카드를 재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여기에 이미 포화된 결제시장에서 신규회원 확보가 어려운 만큼 고객유인 차원에서 카드사들이 제공한 일회성 마케팅도 휴면카드 증가의 주 원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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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입장에서는 휴면카드가 늘어날수록 부담이 된다. 수익없이 운영비용만 부담하는 구조여서다. 다만 휴면고객 활성화를 통해 카드론이나 할부금융 등에서 수익이 날 수 있는 만큼 휴면카드를 무작정 없앨 수는 없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휴면카드 자동해지 규제가 폐지됐기 때문에 휴면카드가 누적되면서 그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휴면고객은 언제든 이용고객으로 올 수 있기 때문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타킷 마케팅 등으로 휴면카드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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