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춤' 거장 김매자 "명인 타이틀 어색하다…그저 춤이 좋을 뿐"
예술마을 프로젝트 '명인시리즈' 선정
내달 12·13일 무대 올라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그저 춤이 좋아 춘건데 왜 날 무용가에 교수라고까지 하는지 참 어색했다. 이제는 명인이라는 명칭을 달아주니 과연 내가 제대로 해왔는지 반성의 계기도 된다."
한국춤의 거장 김매자(78)는 최근 아시아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붙은 칭호를 언급할 때마다 쑥스러워했다. 한국에서 ‘거장’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예술가들은 흔히 교수·이사장·대표 등인데 그도 두루 거쳐왔다. 하지만 이런 직함들이 늘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진다. 김매자는 "좋게 평가해줘 감사할 따름"이라며 "그저 제자들과 춤에 대해 얘기하고 날마다 연습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매자는 모처럼 오르는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현대차 정몽구재단이 주최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주관하는 예술마을 프로젝트 ‘명인시리즈’에 선정돼서다. ‘명인시리즈’는 일생을 한국 예술에 헌신한 국악계 명인의 일대기를 재조명하고 그의 삶에 담긴 예술의 가치를 대중에 전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2019년 명창 안숙선, 2020년 명인 김덕수에 이어 김매자가 세 번째 바통을 이어받게 됐다. 다음달 12일과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두 차례 무대에 오른다.
공연 타이틀은 ‘깊은 여름’이다. 극본을 쓴 이동연 한예종 전통예술원 교수가 지난해 가을즈음 한 달에 두세 차례 김매자와 대담한 뒤 이렇게 이름 붙였다. 김매자가 2012년 선보인 춤 인생 60년을 압축한 공연 ‘봄날은 간다’의 후속작 격이다. 김매자는 "우스갯소리로 봄날이 가고 여름과 가을을 지나 이제 겨울 정도 됐으려나 말하니 이동연 교수가 그런 말 마시라 했다"며 "춤에 대한 제 열정에서 그런 제목을 붙여주신 것 같다"고 전했다.
김매자는 1943년 강원도 고성 출신으로 가족과 함께 월남했다. 추운 겨울 전쟁을 피해 생가까지 버리고 도강한 어린 시절 기억은 그의 대표작 ‘얼음강’의 모티브가 됐다. 김매자는 1971~1991년 이화여대 무용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1976년 설립한 창무예술원에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한국 창작무용 분야를 개척했다. 1988년에는 서울올림픽 폐막식 ‘떠나는 배’ 안무를 총괄하고 ‘비단길’ ‘사물’ ‘하늘의 눈’ 같은 대표 작품들도 선보였다.
김매자는 창작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한국춤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도 공헌했다. 한국춤에 대한 김매자의 이론적 영역은 그의 ‘춤본’으로 집약된다. 춤의 어법이라고 할 수 있는 ‘춤본I·II’(1987~1989)는 김매자 춤의 기본틀이자 세상 모든 춤의 탄생과 방법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집대성한 작품이다. 한국예술연구소가 예술 분야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중 무용 분야에서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고전 작품’ 1위로 김매자의 ‘춤본I·II’가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작품 하나를 신작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살아왔던 삶에 관한 얘기들이 녹여질 것이다. 이는 그동안 나를 지탱해온 몸의 어법에 대한 방법론들과도 연결된다. 특정 장면에서 내가 왜 이런 안무를 짰는지, 내가 관객을 뚫고 지나가는 행위는 우리 전통의 어떤 것과 연결되는지 설명하려 한다.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내레이션이나 영상들을 활용할 계획이다."
김매자는 그동안 프랑스·독일·러시아·일본 등 세계 각국을 돌며 해외 무대 위주로 공연했다. 한국춤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다. 러시아 크렘린 궁내 국회의사당,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중국 베이징 국가대극원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그를 초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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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됐다.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하려 했던 미국 순회공연도 중단됐다. 따라서 그가 이번 공연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김매자는 "해외의 친구들이 백신을 맞았다며 공연 보러 오겠다는데 2주 격리 때문에 미안해서 초청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래도 백신 맞는 이가 많아지고 점차 공연도 열리는 분위기라 앞으로 기대를 가져봐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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