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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려야 말 듣는다?" 매 드는 부모들 ... '징계권 삭제'에도 인식 제자리

최종수정 2021.05.15 06:00 기사입력 2021.05.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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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자녀 징계권' 조항 삭제...인식은 그대로
부모 10명 중 6명 "훈육을 위해 체벌은 불가피"
전문가 "부모에게 비폭력적인 훈육 방법에 대한 교육 필요"

자녀 체벌의 근거로 여겨진 자녀 징계권 조항이 삭제됐지만, 체벌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부모들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자녀 체벌의 근거로 여겨진 자녀 징계권 조항이 삭제됐지만, 체벌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부모들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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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주미 기자] 가혹한 체벌을 훈육으로 합리화하는 데 악용됐던 민법상 '징계권 조항'이 삭제된 지 넉 달이 지난 가운데, 체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의견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에 대한 공감도가 높아야 효과로 이어지는 만큼 올바른 훈육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19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따르면 학부모의 60.7%가 '징계권 삭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체벌이 필요하다', 50.3%는 '훈육을 위해 체벌을 사용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과반수가 넘는 학부모가 체벌의 필요성에 공감한 셈이다. 자녀에 대한 체벌을 둘러싸고 법과 인식의 괴리가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훈육을 위한 체벌은 정당화하는 인식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자녀 훈육을 위해 체벌은 불가피하다'라는 의견이 쉽게 통용되면서 일명 '사랑의 매'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자녀의 잘못된 습관이나 행동은 체벌을 해서라도 교육하는 태도가 자녀를 위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자녀를 사랑해서 하는 행동인 체벌이 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가 말을 안 들어 한 대, 떼를 써서 두 대, 이렇게 폭력의 강도는 점점 세진다. 끔찍한 아동 학대로 날 선 비판이 쏟아졌던 가해자들의 변명도 '훈육 목적'이라는 것이었다.


태어난 지 16개월 된 정인이를 학대하다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양부모는 장기가 손상될 정도로 폭행을 해놓고 "훈육의 방법으로 대화하다가 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카를 물고문으로 숨지게 한 이모 부부는 "소변을 가리지 못해 훈육 차원에서 욕조 물속에 넣었다"고 항변했다.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 당시 양부모는 훈육의 일환으로 체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 당시 양부모는 훈육의 일환으로 체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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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모는 가해자들의 이같은 변명에 분노했다. 하지만 앞선 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의 체벌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아이 훈육을 위해선 일정 부분 어쩔 수 없다고 합리화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폭력을 정당화하는 인식은 적지 않은 부모들을 학대 가해자로 만든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에 발생한 아동 학대 중 부모가 가해자인 경우가 76.9%, 이 중 친부모는 95% 이상이었다. 아동 학대 대다수가 가정 내에서 부모에 의해 벌어진 셈이다. 우리 사회가 지금껏 체벌을 훈육으로 용인하면서 생겨난 결과다. 체벌을 완전히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학대로 이어지진 않더라도 체벌은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어린 시절 경미한 체벌만으로도 아이가 성인이 된 후 우울증,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을 위험이 크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캐나다 마니토파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체벌을 겪었던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성인이 된 이후 알코올 의존증에 걸린 경우가 59% 더 많았으며, 우울증은 41%, 공황장애는 24% 더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에 포함된 체벌이 엉덩이 때리기, 꽉 움켜쥐기 등 가벼운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체벌 자체가 아이의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침을 알 수 있다. 체벌로 잘못된 행동은 교정된다고 하더라도 건강엔 적신호가 켜지는 셈이다.


오은영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사랑의 매'라는 것은 이율배반적이고 앞뒤가 안 맞는 말"이라며 체벌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 방송 캡처

오은영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사랑의 매'라는 것은 이율배반적이고 앞뒤가 안 맞는 말"이라며 체벌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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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민법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유지됐던 징계권이 63년 만에 사라진 데에는 이같은 체벌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징계권 삭제는 체벌한 부모를 처벌한다는 뜻이 아니다. 친권자가 아동 보호나 교양을 위해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조항을 없앰으로써 마치 부모가 자녀를 체벌할 권리가 있다고 받아들여졌던 인식을 전환하기 위함이다.


이번 삭제가 단순히 삭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체벌 근절까지 나아가기 위해선 올바른 훈육 방법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이다. 알맞은 훈육법을 모른다면 체벌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는 부모라도 또다시 아이에게 손을 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세계 최초로 1979년 가정체벌 금지법을 내놓았던 스웨덴은 부모에게 올바른 양육법을 교육하며 법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스웨덴 정부는 각 지역 양육지원센터에 상담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전문가의 조언을 담은 홍보물을 349만 모든 가정에 배포하는 등 부모 교육에 집중했다. 덕분에 법 시행 전 50% 수준이던 가정 내 체벌은 2010년 10% 초반까지 감소했다.


전문가는 부모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미정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 부장은 "체벌이 아이 교육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체벌을 하는 부모들이 많다"며 "체벌하지 않고 아이를 가르칠 수 있도록 훈육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는 등 비폭력적 훈육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지난 1월에 징계권이 삭제됐지만, 아직도 모르는 부모들이 많다"며 "출생신고, 영유아 검진 등 의무적인 공적 서비스를 이용할 때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주미 기자 zoom_01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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