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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새로운 정치 고수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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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희 아시아경제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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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정치판의 고수(高手)로 첫 손가락에 꼽힌다. 비례대표로만 국회의원 5선. 여야를 넘나들며 정권 창출에 기여했다. 지난달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야당 압승을 견인했다. 그의 이력을 보면 정치보다는 경제 쪽이다. 독일 뮌스터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오랫동안 서강대 교수를 지냈다.


권위주의 정권의 경제 발전 배경에는 군 출신의 성향이 한몫했다. 스스로 잘 모르는 분야는 믿는 이에게 맡긴다. 경제 분야가 그랬다.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가 있었다. 김 전 위원장도 그런 부류에 속한다. 다만 그는 미국 일변도였던 당시 상황에서 벗어나 유럽에서 공부했다. 서강학파로 불리면서도 남덕우 전 국무총리와 결이 달랐다. 남 전 총리는 재벌로 대변되는 압축 성장론자였다. 김 전 위원장은 분배에 관심을 가졌다.

김 전 위원장은 1970년대 중반 이후 국민건강보험제도 도입, 재벌의 부동산 투기 근절을 앞장서 주장했다. 정치에 입문해서 경제민주화 조항을 1987년 헌법에 넣는 일을 주도했다. 1980년 신군부 국보위 참여, 1993년 뇌물죄 수감 등 흑역사에도 계속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그의 경제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다. 고속성장의 그늘은 진보·보수 모두에 숙제이기 때문이다.


자타공인 정치 9단은 역시 김영삼·김대중·김종필 3김이다. 이들과 비견될 고수는 당분간 나오기 어렵다. 정치 세태의 변화가 그런 인물을 기르지 못한다. 3김을 논외로 치면 김윤환 전 의원이 고수 축에 낄 만하다. 그의 아호는 허주(虛舟). 빈 배를 채우듯 5·6 공화국에서 여야 타협과 협상을 이끌었다. 한 손에는 정권 조직, 다른 손에는 정치자금을 들고 있었다. 김 전 위원장은 조직과 정치자금이 없다. 그런데도 정치 고수로 불린다. 전체 판을 읽고 프레임을 짜는 데 능하다. 명분 있는 어휘와 독설을 적절히 구사한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났으나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여야를 아우르는 정계개편을 기획하고 있다는 관측이 파다하다.


정치인들을 만나 보면 김 전 위원장을 좋아하는 이가 별로 없다. 그와 절친한 원로에게 김 전 위원장을 한마디로 평가해달라고 했다. "욕심이 많다"고 했다. 나이에도 불구, 대권 희망까지 갖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내각제 개헌을 통해 영향력 확대를 노린다는 것이다. 여야 정당의 무능이 옛사람 김종인을 정치 고수로 만들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한 구애 양상이 그를 대변한다. 국민의힘은 돈과 조직 없이 대권 도전이 어렵다고 강조하고 있다. 돈과 조직, 무시할 수 없는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새 시대의 지도자는 20~30대 젊은 층부터 알아야 한다.

내년 대선은 스스로 빛나는 정치 고수끼리 한판 붙는 장이 되길 바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윤 전 총장을 비롯한 대권 주자들, 당장의 지지율에 매몰되지 말고 차분히 큰 틀에서 숙고해 보길 권유한다. 갈 데까지 간 진영 대립, 심각한 경제 양극화, 특히 포스트 코로나19 국면, 변혁을 향한 갈망은 어느 때보다 무르익고 있다. 말뿐인 공정과 통합은 먹히지 않는다. 이제는 진정성이다. 그런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고, 치고 나가는 이가 정치 고수로 등극한다. 내년 대선이 끝난 뒤 김 전 위원장이 "또다시 대통령을 만들었다"고 큰소리치는 상황이 안 왔으면 한다.


이목희 아시아경제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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