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상의하고 아이 성 선택
시민들 기대·우려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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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아직 시기상조 아닐까요?", "차별은 없어져야죠."


정부가 아버지 성을 우선 따르도록 하는 '부성(父姓) 우선주의' 폐지를 추진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혼인신고할 때 부부가 협의해서 엄마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다. 그러나 혼인신고 기간 외에는 무조건 아빠 성을 따라야 한다.

정부는 이런 원칙이 한 부모 가정이나 재혼 가정 등에 차별이라고 보고, 자녀 출생신고를 할 때 누구 성을 따를지 부모가 협의해서 정하도록 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여성가족부는 '부성 우선주의'를 폐지하고 법률혼과 혈연 중심으로 규정된 가족 관련법의 가족 정의 규정도 바꾸는 내용을 담은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마련하고 26일 공청회를 거쳐 3월 중 확정·발표한다고 24일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부부끼리 협의하고 자녀의 성(姓)을 정해도 양가 어른들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라 합의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반면 부부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40대 회사원 김 모씨는 "아버지의 성(姓)을 따를 것이냐를 두고 부부 사이에 많은 대화가 오고 갈 것 같다"면서 "법이 바뀐다고 사람의 생각까지 갑자기 바뀌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 법을 계기로 부부라도 서로 몰랐던 생각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빠 姓 말고 엄마로" '부성 우선주의 폐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원본보기 아이콘


개정안을 두고 다툼이 있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20대 직장인 최 모씨는 "아직 결혼을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아빠의 성'을 따를 것이냐를 두고 배우자와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봤다"라면서 "만일 서로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남편 아닌 아내의 성을 따르기로 해도 시댁 어른들이 반대하든가 하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30대 직장인 이 모씨는 "부부끼리 협의가 되어도 집안 어른들이 반대하면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이유로 좀 시기상조 아닐까 싶다"고 부연했다.


시민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앞서 한 부부는 아이가 아빠의 성을 우선으로 따르게 한 민법상 '부성 우선주의' 원칙은 기본권과 자기결정권, 인격권 등을 침해한다며 지난 2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지난 18일 시민단체 활동가인 이설아씨와 장동현씨 부부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시대적인 가족제도에 종점을 찍을 시간"이라며 "수많은 소수자를 괴롭혀온 '정상가족 프레임'에 조금이나마 균열을 내기 위해 부성 우선주의 헌법소원을 청구한다"고 말했다.


이씨 등은 "왜 아이의 성을 혼인신고 때 정해야 하고 이를 번복하려면 소송을 불사해야 하는지, 왜 아이 성을 (부부가) 선택하게 하지 않고 모의 성을 따를 때만 별도로 체크하게 하는지 등이 의문"이라며 "혼인·가족생활이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한다는 헌법 조항 등을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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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법무부 산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는 지난해 5월 부성 우선주의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국회에도 같은 취지의 민법 개정안이 지난해 발의됐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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