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개혁 입법, 인권 옹호 틀 안에서 진행돼야”
“검찰개혁 통해 거악 척결 순기능 살려야”
“변호사시험 합격자 감축·정부 차원의 제도 정비 시급”
“법조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양심’과 ‘염치’”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정치하시는 분들도 ‘균형 감각’이 필요합니다. 너무 입맛에 맞는 쪽으로 법을 활용하려고 할 것이 아니고 균형을 유지하면서, 그 분야에서 스스로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을 가져야합니다.”
지난 2월 취임한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58·사법연수원 18기)은 한쪽에서 사법개혁, 검찰개혁을 부르짖으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법대로 해결하자는 법률만능주의를 경계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협회장은 “모든 것을 다 검찰·법원·헌법재판소로 가져가 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나, 사법기관의 판단을 위해 자꾸 우리 사람을 심으려고 하니까 말이 생기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정치는 정치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통해 타협하고 논쟁해서 스스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특히 “점차 규제를 완화해서 경제를 살려야 하는데 자꾸 법은 더 늘어나고 있다”며 “시민들이 느끼는 규제가 거둬져야 되는데 오히려 ‘경제활동하기가 더 어렵다. 번거롭다’는 호소들이 많아서 그런 것들도 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협회장은 또한 정권마다 반복돼온 검찰개혁으로 검찰이 정치에 휘둘리는 것이 만성적이고 고질적이 돼 현재는 난파선 같은 상황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제51대 대한변협회장으로서 어깨도 무겁다. 법률서비스 부문에 불어닥친 변화에 대응해야 하고 매년 1500명이 넘는 변호사가 신규 배출되며 변호사 업계의 위기가 심화되면서 협회가 해야할 일이 산적했기 때문이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변호사시험을 통한 현재의 법조인력 충원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도 늦출 수 없다. 이 협회장을 지난달 26일 변협에서 만났다. <대담=최석진 사회부 법조팀장>
-역대 가장 많은 후보가 출마한 선거였다. 승리의 요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과잉공급으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질 정도로 혼란해진 변호사업계의 현실, 법률가로서의 자존감에 상처를 준 대한변협의 추락한 위상이 지난 선거에서 그대로 회원들의 표심으로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가장 주안점을 두고 추진할 과제는.
▲선거기간 동안 보고 들은 전국 회원들의 요구사항은 첫 번째 변호사 과잉공급문제와 플랫폼 및 유사법조직역에 의한 직역침해문제 해결에 변협이 앞장서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실추된 대한변협의 위상을 회복해 달라는 것, 마지막으로 변호사들이 겪는 현실적 고통을 협회 차원에서 분담해 달라는 것이었다. 먼저 이 세 가지 문제의 해결에 주력하겠다.
-여당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 및 공소청 설치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 개혁 입법도 인권 옹호라는 큰 틀 안에서 진정한 국민의 권리 보호를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고 진행해야 한다. 이미 검찰의 수사권이 크게 약화되고 공수처가 가동됐으며, 크게 강화된 경찰권에 대한 실효적인 수사지휘와 사법 통제권이 미약한 상황에서 중수청 설치로 국가의 수사 기관이 혼란스럽게 난립한다면 국민들의 권익마저 침해되고, 이를 둘러싼 소모적인 정쟁과 여론 분열이 가속화될 우려가 높다.
-검찰개혁의 방향에 대한 생각은.
▲검찰은 검찰 나름대로의 순기능이 있고, 지금까지 사회정의 실현에 기여한 바가 크다. 어떤 식으로 개혁을 하고 뜯어고쳐서 그 순기능을 유지할지를 생각해야지, 또 다른 수사기관을 신설하고 검찰을 폐지한다는 것은 수사기관의 독립성 원칙과도 맞지 않다. 더군다나 인권이 매우 중요하고 동시에 사회정의의 실현, 기득권층에 의한 거악 척결이 돼야 나라의 수준이 발전하는 것 아니겠느냐. 그런 역할을 할 기관이 필요하다.
-법률서비스부문에서도 법률플랫폼 이용이 늘며 자의반 타의반의 변혁을 맞고 있다.
▲법률 플랫폼의 사업 확장과 이로 인한 시장 점유율 증대는 변호사의 플랫폼 종속을 가속화할 뿐 아니라, 종국에는 변호사를 플랫폼의 노동자로 전락시켜 변호사가 가진 공공성이 퇴색되고 변호사가 시장의 상업적 광고에만 집중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일반 국민들의 법률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것보다 국민들이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분별한 플랫폼 난립은 오히려 법률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켜 결국 국민들에게도 부정적 효과를 주는 문제점이 있다. 본질적으로 공공성과 윤리성이 고도로 요구되는 변호사들의 법률서비스와 이윤추구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법률플랫폼은 공존할 수 없다.
-변호사들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정부의 잘못된 로스쿨 교육정책과 법률시장의 수요를 무시한 변호사 공급으로 인해 변호사업계는 혼란 상태에 빠져 있고,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공익적 사명에 눈 돌릴 여유도 없이 당장 생활에 급급한 생계형 직업인이 된지 오래다. 변호사의 문턱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시장에서는 얼마든지 다양한 금액의 수임료로 변호사를 선택해 선임할 수 있고, 많은 신규 변호사들이 법무사와도 대등한 금액으로 사건을 수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감축과 정부 차원의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대책은 뭔가.
▲로스쿨의 편법적 정원 증원 제도인 결원보충제 폐지를 추진함으로써 로스쿨의 정원 및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감축하기 위해 ‘변시 합격자정원 대책 TF’를 구성하려 한다. 또한 국회의원 출신 변호사들을 바탕으로 상설 정책자문기구를 구성해 건강한 변호사업계를 위한 입법을 추진하고, 국회의원 및 언론과의 공동토론회, 심포지엄 개최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적정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일도 함께 추진하고자 한다.
-전관예우가 법률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신뢰성을 해치고 있다.
▲전관예우의 근절을 위해 전관 변호사들의 수임제한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도입하려 한다. 또한 미국이나 일본처럼 고위직 법관·검사의 경우 개업이나 법무법인 등의 고문 활동을 제한하는 제도적 수단을 마련하고,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증거개시제(일명 디스커버리), 민·형사 배심제 도입을 통해 사법절차에 있어 전관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시민적 통제를 이뤄내고자 한다.
-법조인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이나 좌우명이 있다면.
▲무슨 일을 하든지 법조인으로서 ‘양심’과 ‘염치’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양심이나 염치에 어긋나는 그런 결정이나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또 하나는 ‘성실’ 그 두 가지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특히 법률가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갈등이라든지 송사, 이런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일을 다루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어도 자기 양심은 팔지 않는다는 것, 그게 내 좌우명이다.
이 협회장은...
▲1963년 경기 시흥 출생 ▲인천 광성고 ▲서울대 법대 ▲사법연수원 18기 ▲1992년~1995년 인천지검·영덕지청·창원지검 검사 ▲1995년 변호사 개업 ▲인천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총무이사 ▲제19대 인천지방변호사회 회장 ▲제51대 대한변호사협회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