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속 빈 공수처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인선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부장검사 면접과 인사위원회 평가가 남았지만 이번주 내 모든 일정을 마치는 점을 감안하면 수사를 위한 하드웨어 구축은 사실상 끝나는 셈이다.
1호 수사 선정도 가능해졌다. 내달 중순에야 채용 일정이 끝나는 수사관 없이 평검사와 부장검사만으로도 사건을 선정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어서다.
하지만 출범 후 허점을 드러낸 공수처법을 가지고 수사에 착수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로 보인다. 출범 두 달을 훌쩍 넘겨서야 검찰·경찰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를 통해 수사기관간 권한을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힘겨루기는 이미 시작돼 단기간 내 협의점을 찾기란 힘들어 보인다.
무엇보다 검사 기소 관할권에 대한 검찰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재이첩하는 과정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규원 검사 등에 대한 기소권을 두고 이미 양 기관이 심각한 이견을 보였다.
공수처가 검사 사건을 검찰에 이첩한 후 수사는 검찰에 맡기고 기소는 공수처가 하는지, 수사와 기소를 모두 검찰에 넘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수사에 착수하는 것 자체가 논란 거리라는 얘기다.
공수처가 '3자 협의체'를 통해 정리된 내용을 사건·사무 규칙에도 반영하기로 한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결국 공수처의 운영 원리를 담을 규칙을 정하기도 전에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돼 자칫 수사 초기부터 명분을 잃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법의 졸속 통과 때부터 예견된 비극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공수처법의 정당성은 인정하면서도 이첩 요구권은 자의적으로 쓰일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 만큼 무리한 출범보다는 소프트웨어부터 갖추고 움직였어야했다는 논리다.
공수처를 수사 도피처로 여기는 사례가 쏟아질 가능성이 예상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성윤 지검장은 자신이 공수처 이첩 대상이라는 이유로 검찰 소환을 거부하고 공수처가 수원지검에 재이첩한 사건은 다시 공수처로 이첩돼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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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공수처에 접수되고 있는 사건은 계속 쌓이고 있다. 결국 공수처가 오늘 시작되는 협의체에서 적극적인 조율에 나서지 않는다면 연간 3000여건에 달하는 판사나 검사를 상대로 한 사건도 그대로 쌓이는 셈이다. 공수처에 몸을 담기 위해 구성원이 되기로 자처한 사람들과 입법 청원 후 25년을 기다렸던 사람들을 위한 공수처의 판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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