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결정 이른 조선구마사…배경엔 적극적 소비자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송 2회 만에 폐지 결정에 이르게 된 배경엔 문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이들이 있다는 게 산업계 시각이다. 적극적인 문제 제기와 빠른 공유, 직접 행동으로 이어지는 소비 방식이 콘텐츠를 둘러싼 산업 전반을 빠르게 움직이게끔 한다는 것이다.
'조선구마사'는 중국식 소품과 의상에 대한 지적과 함께 실존 인물인 태종과 양녕대군, 충녕대군에 대한 설정이 실제 역사와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광고·협찬이 모두 중지된 데 이어 지난 26일 폐지가 결정됐다.
최근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 움직임으로 국내 반중 정서가 커진 상황에서 1회 방송을 시청한 이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목소리를 낸 것이 시작이었다. 목소리는 역사 왜곡에 대한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았다. 시청 거부 선언에 이어 광고와 제작 지원을 한 곳들에 대한 리스트가 공유됐고, 이들의 공식 SNS 계정 등을 통해 광고 철회 압박이 이어졌다. 불매 운동 조짐까지 나타나면서 기업들은 잇따라 지원 철회를 발표했다.
기업들은 논란이 불거진 지 이틀 만에 모든 광고를 철회했다. 빠른 '손절'이 진행된 배경에 대해 한 업체는 "최근 기업 이미지가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졌다"며 "'착한 기업'은 널리 알려 소비 확대를 권장하되, 부정 이슈에 얽힌 기업은 불매도 서슴지 않는 행동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어 기업 역시 빠르게 움직일 필요성을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9년 불거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여파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유니클로는 지난 1월 세계 두 번째 규모 플래그십 점포인 서울 명동중앙점을 폐점한 데 이어 최근 와이즈파크 홍대점 역시 영업을 종료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기업들, 이들을 옆에서 지켜본 기업들은 학습 효과로 반일·반중 등 특히 민감한 부분엔 최대한 엮이지 않으려고 하고, 오해가 있을 시엔 빠르게 공식 입장을 내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하려고 한다"며 "이번 광고 철회가 신속하게 이뤄진 것 역시 이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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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향후 광고 집행이 보다 민감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통상 대행사 추천으로 배우와 작가, 개략적 스토리 등을 검토한 후 예상 시청률 효과를 따져 이뤄졌던 광고 집행이 보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정함'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문화 콘텐츠의 함의, 이와 얽힌 산업 생태계까지 읽고 여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비자로서의 적극적인 개입도 마다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는 기업들도 그간 미처 잡아내지 못했던 부분에까지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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