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느냐 막느냐" 경찰 vs 블라인드, 한쪽은 무조건 치명상
LH '꼬우면 이직' 조롱글 나비효과
허탕친 압수수색 영장 집행
작성자 못 찾으면 수사력 불신
블라인드 뚫리면 신뢰도 추락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꼬우면 이직해’가 경찰과 ‘블라인드’를 단두대 매치에 올려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이 작성한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내 조롱글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다. 경찰이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하면 무리한 수사, 보여주기 수사라는 비판과 함께 수사력에 대한 불신을 자초한다. 반대로 작성자가 특정될 경우 익명성이 핵심인 블라인드로선 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LH 조롱글’ 사건은 지난 9일 블라인드 익명 게시판의 ‘아니꼬우면 이직해’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 ‘이게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라는 글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블라인드는 회사의 이메일 계정으로 인증해야 가입이 되기 때문에 해당 게시물 작성자는 LH 전·현직 직원으로 추정된다. 이 글이 국민적 공분을 사자 LH가 14일 작성자를 명예훼손과 신용훼손, 모욕 등 혐의로 경남 진주경찰서에 고발했고 경찰은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 사건을 배당하고 직접 수사에 나섰다. 수사 초기 경찰은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운영사인 팀블라인드 한국 지사를 찾지 못했고 오후 6시가 넘어서야 사무실을 찾았다. 직원들은 모두 퇴근한 이후였고, 압수수색 영장도 집행하지 못했다. 수사력 입증과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라도 경찰로선 작성자를 반드시 특정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유탄을 맞은 건 블라인드다. 블라인드의 강점은 "블라인드 직원도, 대표의 며느리도 여러분이 누구인지 모른다"로 대변되는 철저한 익명 보장이다. 경찰 수사로 작성자가 특정되면 ‘익명 직장 커뮤니티’로서의 존재 가치가 무너지게 된다.
블라인드 가입자 정보는 철저히 암호화돼 실제 신상을 특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회사 이메일로 인증을 받는 구조인 만큼 간접적인 방법으로 확인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경찰은 이미 지난해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에서 운영사의 협조 없이도 수사 대상자를 특정해낸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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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은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는 것은 수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압수수색 장소에 착오가 있었으나 경남청 사이버수사과에서 계속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블라인드 측은 영장이 발부된 만큼 수사에 협조하면서도 자사의 보안성을 입증해내야 한다. 작성자 특정에 따라 경찰과 블라인드 어느 한쪽은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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