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사전] LH로남불 - 내가 하면 노후대비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17세기 조선의 수도 한양은 인구 폭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한정된 토지에 사람이 늘어나자 주택 부족현상과 함께 집을 둘러싼 각종 부정·비리가 횡행했다. 무수리의 아들로 태어나 세자 아닌 왕자로 궁 밖에서 자랐던 영조는 이런 한양의 부동산 문제를 백성 못지않게 잘 알고 있었다. 특히 권력자가 자기 집 주변의 민가를 멋대로 헐고 집을 확장하거나 노른자 지역의 민가를 탈취하고 헐값의 강매를 요구하는 폐단을 눈여겨봤던 영조는 1724년 즉위와 함께 곧 ‘여염집탈취금지령’을 반포한다. 그는 권력자인 대신들의 반발과 함께 법령 시행을 피하기 위해 현장에서 매매나 전세로 위장한 거래가 쏟아질 것까지 함께 예견하고 아예 도성 내 매매와 전세까지 금지시켰다. 거래하다 적발되면 양반은 물론이고 왕족과 고위 관료까지 예외 없이 유배형에 처했다. 유생의 경우엔 6년간 과거 응시가 불가능했고, 관리들은 2년간 벼슬길 진출이 막히게 됐다. 영조는 이 법을 정책과제로 삼고 주기적으로 담당부처를 점검하며 불시에 보고서를 확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지령은 영조와 가장 가까운 관료, 그리고 그의 딸로 인해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영조 10년, 옹주가 결혼하면서 아버지로부터 받은 집 주변의 민가를 사들이고 있는데 이를 알고 있느냐는 상소가 올라온다. 좌의정 김상로 또한 청계천 남쪽에 살다 북쪽으로 이사한 사실이 적발될 처지에 처하자 서둘러 왕 앞에 자수했다. 독하게 정책을 밀어붙인 영조였지만 딸과 좌의정을 벌할 순 없었다. 그 사이 영조 즉위 전 160냥에 거래되던 장통방(남대문 인근) 근교의 집 한 채 가격은 100년 뒤인 1831년엔 1500냥으로 10배 가까이 폭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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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로남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하면 노후대비,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로 최근 불거진 LH 땅 투기 사태를 비꼬는 신조어다. 허탈감을 넘어 분노에서 슬픔으로 전이된 국민감정에 대통령은 머리 숙여 사과했다. 강력한 규제로 투기와 집값 폭등을 막겠다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외려 핀셋 규제로 돈줄을 막아 서민의 부동산 거래를 묶고 정보를 가진 LH 임직원의 투기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영조의 여염집탈취금지령은 일부 권력자의 부당행위를 제재하는 성과와 함께 가난한 서민에게 주택난이라는 새로운 고통을 안겼다. 성급한 개입을 통한 강제적 조치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을뿐더러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한다. 한편 국민적 분노가 확산하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문제를 일으킨 LH와 임직원은 더 이상 기관이 필요한가에 대한 국민적 질타에 답해야 할 것”이라며 “LH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기존의 병폐를 도려내고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하는 혁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용례
B: 집값 오르는 속도하고 내 월급 오르는 속도는 비행기와 거북이 수준인데 말해 뭐해.
A: 나도 공부 열심히 해서 LH 입사할 걸 그랬나봐. 신도시는 앞으로도 계속 생길 거 아냐.
B: 그러나 너도 LH로남불 하게? 아서라,
A: 조선시대 이후로 서울 부동산 가격은 떨어진 적이 없다는데. 휴... 나는 그냥 고향으로 귀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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