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속옷만 입어라" 일본 교칙 재논란…WP "무의미하고 잔혹"
[아시아경제 이주미 기자] 일본에서 학생들에게 검은 머리와 흰색 속옷을 강요하는 교칙에 대한 논쟁이 재점화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일본 내 학교가 학생에게 하얀 속옷과 검은색 머리를 강요하거나 이성 교제를 금지하는 등의 교칙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고 보도했다.
과거에도 문제가 됐던 이런 '블랙 교칙'(없어져야 할 교칙)은 오사카의 한 공립 고등학교에 다닌 여성이 학교 두발 지도에 대한 소송을 내면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태어날 때부터 갈색 머리인 여성은 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지시를 거부하자 '머리가 충분히 까맣지 않다'는 이유로 수업 등에 참여할 수 없었던 여성은 이후 학교에 나가지 않았고 퇴학당했다. 여성은 학생 지도를 명분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며 학교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오사카 법원은 이 학생에게 학교는 약 33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머리를 검게 염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학을 당해 받은 정신적 고통이 컸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법원은 교칙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냈다. 학교는 그런 교칙을 정할 법적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학교 측도 판결 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두발 지도 규정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WP는 "일본의 일선 학교에서 무의미하고 잔혹하며 분열을 조장하는 교칙을 시행한다는 지적이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도 고등학교의 거의 절반이 생머리나 흑발이 아닐 경우 선천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도록 요구한다.
나가사키에 있는 공립학교 238곳 중 '하얀 속옷' 규정을 둔 곳이 60% 이상이었다. 후쿠오카에 있는 학교 69곳 중 57곳도 속옷 색을 규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일부 학교는 교칙을 위반했을 때 속옷을 벗으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WP는 이런 블랙 교칙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오시마 가요코 일본 도시샤대 법학 교수는 "(교칙 때문에) 상처받거나 자부심을 잃는 학생들이 있다. 심지어 (교칙을 안 지키면) 같은 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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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일본에는 (겉모습이) 튀면 표적이 되거나 괴롭힘을 당한다는 인식이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젊은이들의 독창성은 무너져 간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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