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반도체 출사표…2030년 시장점유율 두 배로
EU집행위 디지털 전환 로드맵 "핵심기술 의존도 줄일 것"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9일(현지시간) 디지털 전환 로드맵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로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10%인 시장점유율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EU가 미국과 중국에 이어 반도체 패권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EU는 향후 10년 디지털 전환 목표를 공개하며 2030년 반도체 시장점유율 20%를 내세웠다. 투자를 위한 자금은 지난해 7월 마련한 6725억유로(약 91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에서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경제구조 개혁과 디지털 전환을 위해 20% 이상 자금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WSJ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반도체 등 신기술 분야 투자 규모가 1500억달러(약 170조원)가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핵심 기술 분야에서 외부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공급망 점검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했던 말과 비슷한 맥락의 발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핵심 자원과 부품의 해외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며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료용품 등 4가지 핵심 자원의 공급망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반도체 공급망 점검을 강조했다.
미국과 EU가 이처럼 반도체 확보를 강조하는 것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전 세계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전기차 업체 테슬라 모터스가 반도체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멈췄으며 제너럴 모터스(GM)도 이달 중순까지 북미 지역 3개 공장에서의 생산을 줄일 예정이다. 한국GM 부평 2공장도 절반만 가동 중이다. 이처럼 반도체 부족으로 제조업 생산이 멈추자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2019년 자국 반도체 산업 투자를 위한 290억달러 규모 펀드를 마련했다. 지난 4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반도체 부문 연구개발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공개한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년까지의 장기 목표 강요’ 초안에서 7대 중점 과학기술 연구 항목 중 하나로 반도체를 제시했다.
중국은 2025년까지 자국 내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올린다는 ‘반도체 굴기’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반도체 자급률은 15.9%에 그쳤다.
한편 이날 EU 집행위 반도체 시장 점유율 확대 선언과 관련 일각에서는 구체적 계획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WSJ는 유럽의 대형 반도체 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과 NXP 반도체, 독일 인피니온 등은 미국의 인텔, 대만의 TSMC와 같은 업체들과 비교하기에 규모가 작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외부와 파트너십을 통해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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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의 댄 왕 애널리스트는 "지난 몇 십년간 유럽의 반도체 회사 수는 계속 줄었다"고 지적한 뒤 "미국과 아시아 반도체 회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돈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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