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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죄인인가" vs "공공장소인데 불쾌" 퀴어축제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종수정 2021.02.23 06:00 기사입력 2021.0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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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 TV토론서 '도심 밖' 퀴어 축제 제안
"존재 지우는 것도 혐오·차별" 성소수자 반발
퀴어 축제, 성소수자 '가시화' 촉진 위해 시작
도심 밖으로 밀려나면 의미 상실한다는 지적
전문가 "성소수자 서울에 포용하기 위한 고민 필요"

지난 2019년 6월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서울퀴어문화축제'와 퀴어 퍼레이드 모습 /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9년 6월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서울퀴어문화축제'와 퀴어 퍼레이드 모습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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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성소수자 인권 축제인 '퀴어 퍼레이드'의 개최 장소를 두고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가 최근 TV토론회에서 해당 축제와 관련, "거부할 권리도 존중 받아야 한다"면서 도심 밖으로 옮기는 방안을 제안하자, 이에 대해 성소수자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퀴어 퍼레이드는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긍정하고 자신감을 북돋는 행사로써 대중의 눈에 띄는 도심 바깥으로 밀려나면 그 의미를 상실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러 시민이 함께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 성소수자만 배려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반박이 나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안 후보 "퀴어 축제, 도심 밖으로 옮기는 게 적절"


앞서 지난 18일 채널A가 주최한 '안철수-금태섭 서울시장 후보단일화 토론'에서 무소속 금태섭 예비후보는 안 후보를 향해 "퀴어 축제에 나갈 의향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차별에 반대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개인의 인권은 존중돼야 마땅하다"면서도 "자기의 인권뿐 아니라 타인의 인권도 소중하다"고 답했다.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왼쪽)와 무소속 금태섭 예비후보가 지난 18일 상암동 채널에이 사옥에서 열린 단일화를 위한 토론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왼쪽)와 무소속 금태섭 예비후보가 지난 18일 상암동 채널에이 사옥에서 열린 단일화를 위한 토론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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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도시인 샌프란시스코 퀴어 축제를 거론하며 "이 축제는 시내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남부 지역에서 열린다"면서 "퀴어 축제를 광화문에서 하게 되면, 거기 자원해서 보려고 오는 분도 계시겠지만 여러 이유로 또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분들도 계시잖나. 그런 것들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다음날(19일)에도 재차 "퀴어 축제는 도심 밖으로 옮기는 게 적절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안 후보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집회의 자유도 당연히 보장돼야 하지만, 지금까지 퀴어 축제를 보면 신체 노출이나 성적 표현 수위가 높은 경우가 있었다"면서 "아동이나 청소년이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것을 걱정하는 시민들 의견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소수자 존재 지우는 것도 차별" vs "광장은 공공장소"


이에 대해 시민들 반응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일부 시민들은 안 후보가 제안한 '도심 밖 축제' 또한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달라'며 존재감을 지우는 것 또한 차별·혐오라는 지적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일정 이상 성적 수위가 있는 축제는 공공장소에서 지양할 필요가 있다며 안 후보 주장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성소수자 유모(29) 씨는 "우리가 죄인도 아니고, 사실상 눈에 띄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를 게 뭔가. 성소수자의 존재를 일부러 지우는 것 또한 혐오"라며 "이렇게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한 사람이 서울시장 후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2018년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 퍼레이드 모습. /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8년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 퍼레이드 모습.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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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서울 거주 20대 직장인 A 씨는 "퀴어 축제는 지난 수년간 서울에서 열렸고, 그동안 퀴어 축제로 인해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말은 한 번도 들은 적 없다"라며 "성소수자 인권을 존중하고 포괄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게 세계적인 추세인데 서울만 거기서 뒤떨어져서야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반면 선정적인 퍼포먼스가 많은 퀴어 축제 특성상 서울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서 열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직장인 B(31) 씨는 "성소수자 차별을 한다거나 퀴어 퍼레이드를 금지시키자는 게 아니다. 다만 공공장소에서 열리기에는 좀 수위가 높은 게 사실이지 않나"라며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어울리는 곳이 도심이고 광장인데 퀴어 퍼레이드만 존중하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성소수자 '가시화' 촉진 위해 시작된 퀴어 퍼레이드


성소수자들이 '도심 밖 축제'에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비가시성(invisibility)' 때문이다. 비가시성은 성소수자가 전체 사회에서 존재감·목소리 등을 내지 못하고 가려지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예를 들어 학교·직장 등 조직 내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설치된 성소수자 차별 반대 지하철 광고판 모습.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설치된 성소수자 차별 반대 지하철 광고판 모습.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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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시성이 만연한 사회는 성소수자에 적대적인 환경이 조성될 우려가 있다. 애초 성소수자가 '인지'되지 않다 보니 조직 내 문화가 성소수자를 배려하지 않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의 경우 성정체성으로 혼란을 겪는 사춘기 학생들에게 적절한 심리 상담 지원 등을 할 수 없게 되고, 보건·사회적 안전망 등 복지 분야에서도 성소수자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어진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성소수자 비가시성과 성소수자 혐오·차별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가 성소수자 성인 948명에 대해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대체로 우호적인 직장에서 근무하는 성소수자 가운데 55.8%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동료·상사에게 공개한다고 응답했으나, 비우호적인 직장에서는 단 7.3%만이 동료에게 성정체성을 밝힌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퀴어 퍼레이드는 성소수자의 가시화를 촉진하기 위해 시작됐다. 세계 최초의 퀴어 축제는 지난 1970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자긍심 행진(pride parade)'으로, 당시 성소수자에 적대적이었던 미국 사회에 항의하고, 성소수자 인권과 존엄을 기리기 위해 추진됐다. 이렇다 보니 퀴어 퍼레이드는 각 도시 중심에서 모든 시민들에게 '가시화될 때' 의미를 가지는 셈이다. 성소수자들이 도심 밖 축제를 용납하기 힘든 이유다.


"서울 사회에 소수자 포용해야"


전문가는 성소수자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던 만큼, 이들을 배척하고 밀어내는 게 아닌 사회에 통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은 "퀴어 퍼레이드는 성소수자의 저항이자 항의, 시위의 의미도 담고 있지만 일상 생활에서 성소수자를 사회에 드러내고, 그 존재를 긍정하자는 운동이기도 하다"라며 "그런 축제를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서 하라'라고 말하는 것은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소수자는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어디서든 어떤 시대에나 존재했고, 다만 지금 가시화되는 것일 뿐"이라며 "서울시를 운영해 나가는 서울시장 후보들이라면 이들의 존재를 단순히 가리거나 배척하는 게 아니라, 서울이라는 거대한 사회에 어떻게 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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