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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독서] 코로나 위기 끝나면 록은 부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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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밴드 비틀스 美 메츠구장 공연때
'브리티시 인베이전' 표현되며 인기몰이
2000년대 들어 주류서 밀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본격화
경제성장과 함께 다시 살아날까

[기자의 독서] 코로나 위기 끝나면 록은 부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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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영국의 전설적 록밴드 비틀스가 1965년 미국 뉴욕메츠 홈구장 셰이스타디움에서 대중음악인으로는 처음 공연할 때 ‘브리티시 인베이전(영국의 침공)’이라는 말이 처음 생겨났다. 이는 비틀스 등 영국의 록밴드들과 다양한 문화예술가가 잇따라 미국에 진출해 크게 성공하는 사회·경제적 현상을 빗댄 용어다.


최근에는 ‘코리안 인베이전’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디스코팝 ‘다이너마이트’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를 차지하고 미국 최고 권위의 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선정되자 미국 대중과 일부 평론가는 56년 전 그때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BTS의 흥행과 더불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나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가 주목받는 것도 브리티시 인베이전과 유사한 면이다. 과거와 지금이 다른 점은 당시 주류 음악이 록이었으나 지금은 팝이나 힙합 등으로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특정 시대에 특정 장르 음악이 큰 인기를 끌며 문화적 붐까지 일으키는 현상은 왜 나타나는 걸까. 음악은 개인 취향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이 소비되고 유행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경제적 조건이나 기술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록코노믹스’ 저자의 견해다.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90년대까지 세계 음악시장의 주류였던 록은 미국에서 유행하던 ‘로큰롤’에 뿌리를 두고 있다. 로큰롤은 백인 남성이 선호하는 컨트리 음악과 흑인 특유의 서정적이고 즉흥적인 블루스가 결합해 만들어진 음악 장르다.

로큰롤이 유행하던 1950년대는 미국의 경제 호황기였다. 1951~1960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7%에 이른다. 소득도 고르게 분배됐다. 1928~1946년에는 미국 최상위 5%의 고소득자가 전체 국민 소득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그러나 1950년대 들어 이 비율은 5분의 1도 되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웠던 당시 10대의 감성을 대변해주는 게 빠르고 신나는 로큰롤이었다. 이들은 로큰롤 음반 구입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에서 시작된 로큰롤 열풍은 뒤늦게 영국으로 확산했다. 1960년대에는 오늘날 록이라 불리는 장르의 틀이 갖춰졌다. 록은 보컬·기타·베이스·드럼 등 최소 4명으로 이뤄진 형태가 많다. 이런 전형을 만든 것이 비틀스다. 당시 비틀스를 모방하려는 밴드 결성 붐이 일며 록은 폭발적으로 발전했다. 이 시기는 영국 경제의 ‘황금시대’로 불린다. 1950~1965년 영국인들의 실질소득은 40% 증가했다. 실업률은 평균 2%에 불과했다.


오일쇼크와 베트남전쟁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침체된 1970년대에도 록의 인기는 시들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과 영국의 흥행에 힘입어 세계 전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했다. 다만 경기불황과 양극화로 다소 어둡고 저항적 성격이 강한 헤비메탈이나 펑크가 주류 음악시장을 차지했다. 1980~1990년대에 미국과 소련의 냉전체제가 붕괴하고 경제도 안정기로 접어들자 대중은 반전이나 저항보다 자유와 쾌락을 추구했다. 이때 유행한 록에는 여자와 술, 마약을 찬미하는 노랫말이 많다. 록을 넘어서려는 다양한 시도도 이때 이뤄졌다. 너바나가 헤비메탈의 대안으로 얼터너티브 록의 붐을 주도했다. 록의 인기가 시들해진 1990년대 후반에는 록을 뛰어넘으려는 시도로 포스트 록이 등장했다.


록은 2000년대 들어 주류에서 밀려났다. 2000년대 들어 ‘록은 죽었다’고 평가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평론가들은 록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장르적 포화 상태를 꼽기도 한다. "록으로 할 수 있는 음악적 실험은 다 해봤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보다 2000년대 확산한 인터넷 보급에 주목한다. 과거에 라디오로 음악을 접하고 레코드 가게에서 음반을 구입했다면 인터넷 시대에는 스트리밍 서비스 등으로 음악을 저렴하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이런 환경에서는 앨범보다 싱글 단위의 접근이 더 쉽다. 이런 조건들이 앨범 전체의 콘셉트와 완성도를 중시하는 록의 몰락에 한몫했다.


저자는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에 따른 경제적·기술적 환경 변화가 록의 부활을 이끌지도 모른다고 기대한다. "이 세상에 음악이 존재하는 한 새로운 형태의 록은 다시 등장할 것이다. 록의 역사가 보여주듯 팬데믹으로 인한 불경기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성장은 다시 특정 록음악 장르의 부흥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록코노믹스/피용익 지음/새빛/1만6000원)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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