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데믹의 집콕시대,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의 발상
전라도 여자와 경상도 남자가 만나 결혼한 지 34년차가 된다. 그러나 아직도 스타일 차이를 극복 못하고 가끔씩 다투기도 한다. 빌미는 남자의 무뚝뚝한 말투였다. 그러면서 부인에 대한 요구는 '말할 때 순서대로, 논리적으로 말해달라'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여성들이 감성적이다 보니 말하는 스타일도 그런 경향이 강하고, 그래서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준비하면서였다.
필자의 이야기이자 고백이다. 이런 종류의 일로 많이 부딪혔다.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면 하염없이 돌아다니는 것, 부부 약속으로 같이 나갈 때 시간 맞추기 어려운 것, 심지어 내가 운전할 때 가는 길을 알려주는데 오른쪽과 왼쪽이 헷갈리는 것 등이다. 알고보니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도 비슷한 문제로 겪고 있는 부부싸움 원인이었다.
시계바늘을 25년 전으로 돌린다. 회사에서 특별한 프로젝트성 업무를 맡은 일로 여러 명의 상사들과 같이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다. 필자의 바로 위, 그 위, 그 위로 이어지는 결재라인이 모두 같이 있는 자리에서 가장 윗 상사인 사장님께서 몇 차례에 걸쳐 "박 차장, 잘해야 돼!"라고 격려와 덕담을 주었다. 그때마다 "네 사장님! 걱정 마십시오. 잘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같은 대화로 서너 차례 지날 즈음에 그 자리 2인자인 부사장님께서 "야! 박 차장. 너 왜 사장님 취미생활 못하게 해. 걱정하는 게 취미인데"라고 말했다. 이 한마디로 좌중은 파안대소(破顔大笑)하였고, 격려의 말씀과 각오의 답변이 균형이 되었다. 그때부터 상대방의 바꾸지 못할 것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바꿔봤다.
'잔소리 또 잔소리'라는 생각이 들면 '쓱'하고 '잔소리가 취미다. 그것 하나 못 맞춰드려.' 그 이후 집안에서도 고쳐지지 않고 계속되는 습관을 받아들이는 발상법이 되었다. 모든 것을 '취미'로 발상을 바꾸니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 백화점 둘러보는 취미, 외출할 때 스타일 꾸민다고 늦는 취미, 운전석 옆에 앉아 좌우를 헷갈리는 것도 취미다. '그것 한 번 맞춰주는 것도 못해? 남편이라는 것이 찌질하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회사 업무에도 확장했다. 윗 상사들이 걱정하는 잔소리(?)를 들을 때면 "내 보고가 잘된 모양이다. 그러니 잔소리만 하시지. 그분 취미생활이야"라며 아전인수식 해석을 즐기게 되었다.
결혼식 주례를 설 때면 반드시 이 대목을 넣는다. "전혀 다른 두 집안이 만나 한 가정을 이루니 시부모님 혹은 장인·장모님의 말들은 모두 취미생활로 이해하라. 추가 용돈을 안 드려도 되는 경제적인 취미생활이다. 남은 여생에 잔소리하시는 취미생활 하나 못 맞춰드리느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집에만 머물러야 되는 시간이 끔찍하게 늘어난다. 와이프의 조리시간도 엄청 늘어난다. 그동안 직장 생활과 생계라는 명분으로 집안일을 하는 데 게으름을 피우다 보니 도울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여러 가지 일들이 내 차지가 되었다. 마늘 까기, 파 다듬기, 멸치 머리 따기, 청소기 돌리기, 세탁한 빨래 널기 등이다. 새로운 나의 취미가 되었다.
오늘 아침에도 간단하지만 평소에 잘 하지 않던 일을 해달라고 한다. 내일 동지에 먹을 팥죽을 준비한다고 한다. 팥을 삶아줄 테니 믹서기에 갈고 새알심을 만들라고 한다. "예, 마나님" 새로운 취미로 비용도 절약이 되니 집안 재정에도 도움이 되고 집안에서 하는 일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박창욱 한국지식가교 대표(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넛지리더십'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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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리더십'은 강제와 지시의 억압적 방법이 아닌 작고 부드러운 개입이나 동기 부여로 조직이나 개인의 변화를 이끌어내게 하는 것이다. 또한 본인 스스로의 작은 변화로 인간관계를 개선하고, 따르고 싶은 사람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조직이나 관계에서 창의와 열정을 불어넣어 새로운 가치와 행복을 창출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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