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노사간 균형의 임계점 넘었다…기업들 참담"
기업규제 3법·노조 3법 국회 통과…현상 및 대응방안 논의 3人 좌담회
[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 성기호 기자, 이동우 기자] 국회가 기업규제 3법(상법ㆍ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과 노조 3법(노동조합법ㆍ공무원노조법ㆍ교원노조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키면서 기업 현장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 환경은 날로 악화하고 지속적 환율 하락으로 수출 기업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거대 여당과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쟁점 법안을 날치기 수준으로 밀어붙였다.
정부와 여당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시 대주주 의결권 3%룰 완화, 전속고발권 유지 등 경영계의 입장을 일부 반영해 초안보다는 완화된 입법이라며 '기업 달래기'에 나섰지만, 기업들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이번 국회의 기업규제 법안 무더기 통과로 우리 기업이 처한 현실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해 긴급 좌담회를 마련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비대면(언택트)으로 진행한 좌담회에는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회장,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여했다.
-기업규제 3법과 노조 3법 등 경영 활동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법안들이 결국 국회 문턱을 넘었다. 기업 현장 반응은 어떤가?
▲정만기= 말 그대로 패닉이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이후 기업의 수익성 회복을 위해 각종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는 와중에 우리 정부만 거꾸로 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 유럽, 미국은 물론이고 우리 수출 기업에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이 재시동을 걸게 된다. 최근 환율도 하락하고 있어 수출 산업 경쟁력도 우려된다. 집값 상승으로 국민의 가처분 소득은 줄어드는 가운데 내수시장도 녹록지 않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기업의 힘을 빼는 규제 법안들을 무더기로 통과시킨 것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우태희= 상법ㆍ공정거래법ㆍ노동법 등 기업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법안들이 무더기로 통과되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경제 법안을 이렇게 정치적으로 처리해야 하는지 당혹스러울 뿐이다. 특히 상법과 공정거래법의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 (경제계가)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지만 사실상 정부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노동법도 해고자 노조 가입과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규정 삭제 등 노동계의 요구만 반영됐다.
-이번에 통과한 법안 중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무엇인가?
▲정만기=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고 최대주주 의결권에 제한을 둔 상법 개정안이다. 기업의 내부 정보와 영업기밀을 모두 오픈할 수 있는 감사위원의 선임을 외부 세력에 맡겨둔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물론 정부와 여당이 일부 완화해서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출 시에는 개별 3%가 적용되도록 '3%룰'을 완화했다. 하지만 3%라는 실체 없는 이데올로기에만 너무 집착한 나머지 본질을 놓쳤다. 효과도 없는 생색내기식 수정에 그치게 됐다는 점에서 아쉽다.
▲우태희= 상법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주주자본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다. 이사회의 기능을 저해하고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 약화된다. 투기펀드에서 추천한 인사가 이사회에 진출한 뒤 기업 발전과는 무관한 경영 간섭에 나서거나 의도를 가지고 기업의 중요 정보에 접근해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 미래 전략 대응이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우호지분 확보에 역량을 쏟으면서 경쟁력이 후퇴할 수 있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감사위원 1명 분리 선출을 두고 경영권 위협까지 얘기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1명이라 하더라도 분리 선출로 인해 3%룰이 적용되면 투기펀드가 추천한 감사위원 선출 위협이 현실화되는 것은 사실이다. 투기펀드들이 지분 쪼개기, 펀드 간 연합으로 경영권을 위협할 경우 기업들의 방어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상당한 리스크다.
-이미 법안이 통과됐으니 기업들의 대응책은 없는 것인가?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시행 시기를 유예하고 감사위원 선출 시 의결권 행사를 위한 최소 주식 보유 기간(1년)을 두는 등 다양한 얘기가 나오던데.
▲우태희= 이제 막 통과된 법안인 만큼 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국내 기관투자가 또는 소액주주를 설득해 우호지분을 최대한 확보하고 공격이 들어오는 투기펀드 등과의 소통을 늘리는 정도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정만기=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을 막기 위해 차라리 국내 소액주주가 추천하는 인사를 반드시 감사위원 후보로 추천하라는 식의 접근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벌써 해외펀드들 중심으로 국내 기업 지분 쪼개기에 나섰다는 얘기가 들린다.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의 최대주주 지분은 의결권이 제한되고 해외펀드들은 5~8% 수준의 적은 지분으로도 최대주주 행세를 할 수 있게 된다.
-함께 처리된 다른 법안에 대한 얘기도 해보자. 노동법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어떤가?
▲김희성= 노동법을 전문으로 하는 입장에서는 이번에 통과된 노동조합법이 가장 우려스럽다. 이번 법안은 노동계의 입김 때문에 정부 원안에서도 가장 많이 후퇴한 법이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현 정부의 '노동 존중' 기조는 사실상 '노조 존중'이 돼버렸다.
기업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부분은 사업장의 출입 제한 문제인데, 정부안에서는 '시설 점거 금지'와 '비종사자(해고자ㆍ실업자)의 사업장 출입 제한' 조항이 있었지만 결국 최종 통과안에서는 해당 내용이 삭제됐다. 기업과 관계없는 사람들이 제한 없이 사업장에 드나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기업의 질서, 규율 문제이기도 하며 기업의 공동 질서가 무너질 수 있는 단서다. 노사와 관계 없는 제3자가 파업이나 쟁의 행위에 개입한다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우태희= 그렇다. 기업별 노조의 특성상 해고자의 사업장 출입에 대한 기업의 우려가 가장 크다. 우리가 사업장 출입을 엄격히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또한 해고자의 노조 가입 허용은 노조임원 자격 제한 등 보완 장치를 뒀다지만 부작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노조가 일방적으로 보호받고 지원받아야 할 시기는 지났다고 본다. 노조 활동으로 기업 활동이 과도하기 침해되지 않도록 기업에도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 직장 점거 전면 금지,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등 선진국 수준의 방어권이 필요하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텀블러에 담아 입 대고 마셨는데…24시간 지난 후...
▲김희성= 최소한 정부가 제시했던 원안 수준으로 통과됐다면 이 정도로 기업들이 참담하진 않았을 것이다. 사업장 출입 제한 문제, 시설 점거 금지 내용에서 원안도 문제가 있다고 봤는데 이보다 더 심각하게 노동계에 치우친 방향으로 최종 통과됐다. 노사 간 균형의 임계점을 넘었다고 본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